1월 고점 대비 21% 떨어져
美기술주 조정 여파 국내 IT 타격
주도주 없는 박스권 장세 지속
[ 전범진 기자 ] 미국 증시가 휘청거리면서 한국 증시 전망이 더 어두워졌다. 미국 나스닥 시장의 기술주 급락으로 주도주 없는 약세장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코스피지수가 내년 1분기까지 저점을 찾아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1일 2061.49로 올 1월 고점 대비 20.92% 떨어졌다. 지난 10월 급락장에서 2000선을 내주고 약세장 진입을 공식화한 뒤 2030~2130선에 갇혀 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후의 보루’였던 미국 증시마저 약세장에 진입함에 따라 유가증권 시장에선 내년 1분기가 돼야 의미 있는 저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이슈는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1990년 이후 네 차례의 미국 셧다운 사례를 보면 코스피는 셧다운 종료 이후 오히려 반등했다”며 “셧다운이 정치적인 이슈인 만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셧다운은 촉매 역할을 했을 뿐 미국 증시 하락의 본질이 아니다”며 “문제는 9월까지 고점을 찍던 증시가 경기 둔화로 하락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시장의 관심은 본격적인 미국 경기 둔화 여부에 쏠려 있다. 저금리 환경에서 미국 경기 확장을 이끌던 아마존 구글 등 기술주의 시대가 저물면서 미국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돼서다. 김 센터장은 “미국 시중금리가 지난 10월 연 3% 중반까지 뛰면서 저금리 환경이란 말이 무색해지고 있고, 재고자산 통계 등 실물지표를 보면 경기둔화 징조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기술주들이 조정을 받으면 그 여파가 고스란히 국내 정보기술(IT)주로 전해진다”며 “반도체와 전자장비 등 미국 플랫폼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출을 올리는 기업일수록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2분기까지는 반도체 등 IT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수소차, 2차전지 등 일부 미래 성장 업종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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