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은 일부 조합원이 직고용을 주장하면서 정규직 전환이 1년 넘게 지연되고 있다. 2000명이 전환 대상인 기업은행은 350여 명이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어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도 비슷한 상황이다.
정규직 전환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의 개입이 사태를 더욱 꼬이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민노총은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대신 본사 직고용을 주장하며 주요 공공기관 노사협상에 개입하고 있다. 두 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데도 “자회사 방식은 정규직과 임금 복지 등에서 차별받아 파견직과 다를바 없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정부의 예산 통제를 받고 있는 공공기관들이 직고용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회사 방식은 정부의 인원 통제로부터 자유로워 더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 기존 정규직과의 갈등 소지도 줄어든다. 그런데도 노동계가 직고용만을 고집하면서 사태가 꼬이고 있는 것이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역차별, 기득권 보호 등 숱한 문제를 안고 있다.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밀어붙이기보다는 지금부터라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게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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