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 칼럼] 시민단체들 모두 어디 가 있는지…

입력 2018-12-27 00:10  

"정치적 중립에 서야 할 사람들이 권력을 향유하고

시민만을 생각해야 할 단체가
정치적으로 모든 걸 판단하니 누가 신뢰하겠나

시민단체의 정당성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에서
나온다는 사실 명심해야"

김정호 수석논설위원



[ 김정호 기자 ] 필리핀 시민단체들이 한국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이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를 되가져 가라는 항의라고 한다. 우리에 비해 낙후된 나라다. 하지만 시민단체 수준은 우리보다 나은 모양이다.

요 며칠 춥기는 해도 공기가 맑아 살 만하다. 시베리아 찬 공기가 중국발(發) 미세먼지를 밀어낸 덕분이다. 미세먼지를 줄이겠다며 27개 화력발전소 가동을 축소한 정부만 또 한심해졌다. 미세먼지 발생 요인을 죄다 국내 탓으로 몰아붙이는 정부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중국 탓이라는 걸 모르는 건 정부만이 아닌 듯싶다. 시민단체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선 중국 대사관 앞에서 미세먼지 항의 시위를 벌였다는 시민단체가 이토록 없을 리 있겠는가. 국민건강권을 내세워 한국을 압박하는 필리핀 시민단체들이 부러울 뿐이다.

시민단체가 왜 중국에 한없이 너그러울까. 이렇게들 말한다. 중국에 항의한들 들은 척도 않을 것이고, 미세먼지가 자기네 탓이 아니라고 답하면 그뿐 아니냐고 말이다. 중국 스스로 미세먼지를 줄일 방법이 없다는 옹호성 발언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일본이나 미국 탓이라고 해보자. 가만있을 리 없는 시민단체들이다. 사드 배치 때도 지역 주민들은 괜찮다는데 방사선이 국민 건강을 해친다며 미군의 진출입을 극렬하게 막아대던 그들이 아닌가.

국민 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데 중국 대사관이 멀쩡할 리 없다. 맘만 먹으면 금세 촛불로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는 전문가들이다. 그 전투력이면 톈안먼 광장으로 뛰어가 탱크라도 맞서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왜일까.

정부가 시민단체인 탓이다. 생각해보라. 이 정부 들어 환경 정책을 컨트롤하는 장관과 청와대 담당 비서관은 물론 산하 기관장까지 시민단체가 장악했다. 환경부 장관은 아예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가 어디서 왔는지 탓할 시간이 없다”며 우리 생활 속 미세먼지부터 줄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어느 나라 못지않게 미세먼지를 적게 배출하는 우리가 경제 활동을 줄여야 한다니 대체 어느 나라 장관인가. 내년 2월 나온다는 미세먼지특별법에 ‘고등어구이 금지’ 조항이 포함될까 걱정스럽다.

한국은 국제 사회에서 ‘기후악당’으로 불린다. 국제 환경회의가 열리는 곳마다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진다. 화석연료 사용을 늘려 지구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내 환경단체들은 꿀 먹은 벙어리다. 집안에선 탈원전 시위로 요란을 떨면서도 자기 나라 대통령의 해외 원전 수주 활동에 대해서는 모르쇠다. 그들은 그러는 사이 원자력 관련 기관의 요직을 모두 챙겼다. 비전문가들이 장악한 나라의 안전이다. 어떻겠는가.

시민을 먼저 생각해야 할 단체가 모든 걸 정치적으로 판단한다. 세월호나 사드, 강정마을, 4대강처럼 표가 된다 싶은 사안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광우병 시위 같은 혹세무민성 억지도 정치적으로 이득이 된다면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런 속성은 최근 택시 파업 사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카풀은 소비자들에게 이로운 제도다. 그런데도 카풀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자는 시민단체는 없다. 여론몰이에 능수능란한 택시 회사와 운전기사들 파업에 전전긍긍하는 정권과 한통속일 뿐이다. 시민들만 바보가 된다.

정부가 온통 시민단체 판이다. 청와대에서부터 각 부처, 공공기관이 시민운동을 한다는 사람들로 그득하다. 그들의 책임 없는 주장이 검증 없이 정책이 된다. 이미 경제가 거덜 날 판이다. 그들의 한마디에 검찰 수사 대상이 되고 국감의 증인이 된다. 이게 그들이 주장하는 정의로운 사회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운동가 시절 “시민운동을 하다가 정부에 들어간 사람들이 많아 시민단체가 정부의 친위대라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박원순 조국 김상조 장하성 등이 활동한 참여연대는 홈페이지에 자신들을 “정부, 특정 정치세력, 기업에 정치적 재정적으로 종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한다”고 소개한다. 참 웃기는 얘기들이다.

시민들이 시민단체를 지지하는 건 정치적 욕심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시민 편에서 일하기 때문이다. 탐욕과 위선으로 가득 찬 정치집단을 누가 신뢰하겠는가. 시민단체 정당성은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에서 나온다.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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