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준비하다 크게 다쳤을때…구원자는 노트북과 주변 창업자들

입력 2018-12-2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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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희 OhY LAB. 대표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 다쳐서 거동할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될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느 날 몸이 찌뿌둥해 가볍게 몸을 푸는데 망치로 나무를 때릴 때 나는 것과 비슷한 ‘탕!’ 소리와 함께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급하게 병원으로 달려갔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단다. 수술도 하고, 두 달간 깁스를 하고, 보조기구에 의존해 재활해야 6개월~1년 뒤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는 진단을 받았다. 깁스를 한 후에는 되도록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의사 말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일거리였다.

OhY LAB.은 청년창업사관학교(이하 청창사)에 입소해 첫 번째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유아 놀이용품 개발은 직접하지만 이를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줄 디자이너와 생산할 공장, 정보기술(IT) 프로그램을 개발할 외주업체는 발품을 팔아 찾아야 한다. 6~8주간 움직이지 말라는 것은 모든 활동에 브레이크가 걸렸단 뜻이다. 심지어 다친 날 바로 다음주에는 청창사 중간 평가가 있었다. 추가 지원금이 걸린 중요한 자리였다.

가장 먼저 청창사 중간 발표와 출석 체크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청창사는 중소기업연수원 내에 사무 공간을 제공한다. 대신 하루 네 시간씩 반드시 출석해야 한다. 정상일 때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병가 신청을 해야 했다. 중간 평가는 청창사 측 양해를 얻어 함께 일하는 대표가 맡아 주기로 했다.

다음 문제는 각종 회의와 미팅이었다. 디자인을 맡기고 싶었던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한 번 보자고 연락한 터였다. OhY LAB.의 첫 제품 출시가 내년 상반기인 만큼 미팅을 미루면 제품 출시가 늦어질 게 뻔해 회의는 해야 했다. 다행히 작가는 병원으로 와주겠다고 했다. 이 밖에도 많은 만남과 회의를 병실에서 했다.

청창사 출근과 회의가 어렵다는 것을 제외하면 업무는 어떻게든 돌아가고 있다. OhY LAB.이 콘텐츠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회사인 덕분이다. 노트북과 인터넷이 있다면 장소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으니까. 그러나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다쳤다면 주변 사람들은 더욱 중요해진다. 지금 병실과 집안에서 일할 수 있는 것도 함께 일하는 동료와 사무공간을 같이 쓰는 다른 창업 대표들 도움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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