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손가락에서 회사 자존심으로 ‘우뚝’
기아자동차의 대형 세단 ‘더 K9’(사진)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 1만 대 판매 벽을 넘어섰다. 신차 효과에 힘입어 ‘판매량 꼴찌’라는 불명예를 벗게 됐다.
28일 기아차에 따르면 K9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내수 시장에서 총 1만761대(구형 포함) 팔렸다. K9 연 판매량이 1만 대를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K9은 기아차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혀왔다. 2012년 5월 야심차게 내놨으나 기대를 크게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연 판매 추이를 보면 출시 첫해 7504대에서 이듬해 5071대로 감소했다.
2014년엔 4359대를 기록한 뒤 2015년 4152대, 2016년 2454대로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의 경우 1607대까지 주저앉았다. 월평균 판매 대수는 120여 대에 불과했다. 기아차의 승용차 모델 중 판매량 꼴찌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업계는 레저용차량(RV) 이미지가 강한 기아차가 대형 세단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지난 4월 신형 K9이 출시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사전계약을 받기 시작해 10영업일 만에 2000대가 계약되는 등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이는 지난 한 해 판매량을 뛰어 넘은 것이다.
6년 만에 완전 변경(풀 체인지)된 신형 K9은 대형 세단에 걸맞은 디자인과 첨단 안전·편의 사양을 장착했다. ‘응축된 고급감과 품격의 무게’란 콘셉트는 도로 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휠베이스(앞뒤 바퀴 차축 사이 간격)는 60㎜ 늘어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췄다.
이와 함께 곡선 구간을 인지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기능과 터널에 진입하면 알아서 창문을 닫고 공조 기능을 전환하는 ‘터널 연동 제어’, 방향 지시등을 켜면 좌우 사각지대 영상을 화면에 띄우는 ‘후측방 모니터’ 등을 장착했다. 반자율주행 기술인 ‘드라이브 와이즈’는 기본으로 들어갔다.
기아차 관계자는 “신형 K9 개발 당시 모든 소비자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고, 철저하게 분석했다”며 “전사 역량을 집중한 만큼 대형 세단 시장 판도를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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