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아산이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대북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관측된다.
현대아산은 시설자금(350억원)과 운영자금(150억원) 마련을 위해 보통주 1000만주를 500억원에 발행하는 내용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28일 공시했다. 주당 발행가는 5000원이다. 납입일은 내년 3월5일이다.
이 회사는 1999년 출범해 금강산 관광을 시작으로 개성공단 개발, 개성 관광 등 20년가량 남북 경협 사업을 주도했다. 2008년 한국인 피격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기 전까지 관광객 206만명(금강산 195만명, 개성 11만명)을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이 회사 지분 67.58%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4.04%)도 주주다.
현대아산은 대북사업이 중단되자 건설업에 진출해 '화성동탄택지개발사업', '충남도청 내포신도시 개발사업' 등을 진행했다. '빌앤더스’라는 브랜드로 소형 오피스텔도 공급했으며 한국관광공사 강원 원주 신사옥을 짓기도 했다.
하지만 실적은 나날이 나빠져 올들어 지난 9월 말까지 매출 809억원, 영업손실 35억원을 기록했다. 재무구조도 악화돼 지난 9월 말 부채비율이 3747.25%를 기록했고, 결손금은 1767억원에 달했다. 완전자본잠식 수준에 이른 만큼 유상증자로 재무구조를 다소 개선할 전망이다.
현대아산은 이번 자금조달로 대북사업에 속도를 낼 가능성도 엿보인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어지면서 남북경협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아산은 최근 '남북경협통'으로 알려진 배국환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며 대북사업 재개를 위한 준비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김대중 정부 당시 기획예산처 예산총괄과장을 지내며 대북예산을 짜고 집행하는 등 남북경협에 적잖은 경험을 쌓은 인사로 알려져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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