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이익 하향 추세 장기화 우려
내년 EPS 추정치 한달새 4.5%↓
美 0.4%·中 2% 감소 그쳐
[ 김동현 기자 ] 세계 주요국 가운데 한국 상장사들의 내년 실적 전망치가 가장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수출 비중이 높고 반도체 업종 편중이 심한 탓이다. 각종 자본재를 수출하는 한국이 세계 경제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과 일본 등의 내년 기업 실적도 낙관하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금융정보업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한국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내년 평균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242.3원으로 한 달 전(253.6원)보다 4.5% 줄었다. 3개월 전(268.3원)보다는 9.7% 감소했다. EPS는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EPS가 높을수록 기업의 수익성이 좋다는 뜻이다.
세계 주요국 상장사와 비교해도 한국 기업의 실적 전망치 하락폭은 큰 편이다. 미국 S&P500지수 상장사의 내년 EPS 전망치는 172.8달러로, 한 달 전과 3개월 전에 비해 각각 0.4%와 1.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일본 토픽스지수의 내년 EPS 전망치는 135.3엔으로, 같은 기간 0.9%와 2.5% 줄었다. 중국 상하이A주(내국인 전용거래 주식)와 범유럽지수인 유로스톡스600 편입 종목들은 1개월 전 대비 각각 2.0%와 0.9% 감소했다.
한국 상장사들의 이익감소폭이 큰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37%에 이를 정도로 무역 의존도가 높아 세계 경기 둔화와 무역 분쟁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출 비중이 8%에 불과하고 일본(14%)과 중국(19%)도 한국보다 낮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체 상장사 영업이익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특정 업종(반도체)으로의 ‘이익 쏠림’도 원인으로 꼽힌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실적 전망치 하락이 최근 국내 EPS 하락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며 “미국도 반도체와 에너지 업종의 전망치 하락이 컸지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헬스케어와 내수소비 업종 덕에 잘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기업들도 실적 전망치 하락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저금리와 세금 인하 등 경기 부양책 효과가 사라지는데, 무역분쟁이 글로벌 경기에 드리우는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