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두현 기자 ] 노인 기준을 65세로 잡은 사람은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였다. 그는 보불전쟁 승리 후 군인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65세 이상 ‘노인’들을 물러나게 했다. 퇴직자에게는 연금을 지급했다. 정년과 국민연금을 연계한 최초의 사회보장제도였다. 이때가 1889년이었으니 130년 전이다. 당시 독일인 평균수명은 49세였다.
일본은 1998년에 정년을 60세로 의무화했다. 2013년 65세로 늘린 뒤 지금은 7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을 해결하면서 연금 등 사회보장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일본 평균수명은 84세로 세계 1위다.
한국인 평균수명은 82.7세이고, 정년은 60세다. 국민연금을 받는 나이는 현재 62세(1957~1960년생)에서 2033년까지 65세(1969년생 이후)로 늦춰지도록 설계돼 있다. 최대 5년간은 소득도 연금도 없는 빈곤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 ‘소득 공백’을 없애기 위해 정부는 2033년까지 정년을 65세로 늘리는 중장기 계획을 검토 중이다.
정년을 늘리는 데에는 찬반양론이 있을 수 있다. 건강하게 더 일할 수 있으면 좋다는 의견도 있고, 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걱정하는 얘기도 있다. 최근에는 일할 수 있는 능력을 획일적인 나이로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근로와 계약의 자유’를 개인의 판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정년을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한 만큼 받는 ‘생산성 연동 임금제’나 ‘정년 후 연장근무제’ 등을 활용하자는 얘기다. 생산성이 높은 사람은 계속 근무하면서 회사에 기여하고, 성과가 나쁜 사람은 명예퇴직으로 내보내면 인건비 부담도 덜 수 있다. 미국과 영국 등은 이미 정년을 없앴다.
SK하이닉스가 ‘일 잘하는’ 엔지니어들에게 ‘무(無)정년’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30년가량 기술을 익힌 베테랑들의 노하우를 활용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LG디스플레이도 우수 인력의 연장근무제를 도입한 바 있다. 정년 연장이나 폐지는 생산인구 감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올 3분기 출산율이 0.95명으로 떨어져 내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된다.
‘인류가 전혀 사용해본 적 없는 자원’이라는 노령인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가 미래와 경제 성장이 좌우될 전망이다. 육체 능력처럼 가시적인 힘은 젊을 때 돋보이지만, 지혜와 경륜 같은 무형의 자산은 나이가 들수록 더 빛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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