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생필품 제조업체 라이온이 52년 만에 치약 제조공장을 새로 건설키로 했습니다. 연간 치약 제조 능력을 현재 보다 1.7배 키우기로 한 것입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치약 내수 시장은 성장할 여지가 별로 없지만 최근 몇 년간에 걸친 일본 방문객 증가로 중국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일제 치약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라이온은 가가와현 사이이데시에 치약제조 공장을 신설키로 했습니다. 2019년 착공해 2021년에 가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투자액은 400억 엔(약 4030억 원)에 이를 전망입니다. 새 공장에선 연간 1억3000만개 가량(1만6000t)규모의 치약 제품을 생산할 능력을 갖출 계획입니다.
라이온이 치약공장을 일본 내에 신설하는 것은 1966년 효고현 아카시시에 공장을 마련한 이후 52년만이라고 합니다. 회사 측이 반세기만의 증설 결정을 내린 것은 최근 방일 관광객 증가로 아시아 제역에서 자사 제품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관광객 사이에서 일제 치약에 대한 인기가 적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회사 측 관계자는 “잇몸질환 예방 및 구취제거 효과가 뛰어난 일본제 치약에 대한 방일 관광객의 관심이 많다”며 “앞으로 관광객 대상 판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공장신설을 결정했다”고 말했습니다.
방일 관광객 증가로 미소를 짓는 것은 치약회사만이 아닙니다. 일본 화장품 제조회사들도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서의 일제 화장품 수요 증가로 6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 수출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화장품 업계의 올 1~11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4%증가한 4828억 엔(4조8610억 원)에 달했습니다. 올해 연간 수출액은 5200억 엔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6년 연속 사상최고치 경신이 확실시되고 있고, 사상 처음으로 5000억 엔대 수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입니다.
시세이도 등 일본제 화장품의 주요 수출지역은 중국(34.9%), 홍콩(25.9%), 한국(10.3%), 대만(7. %), 싱가포르 (7.3%) 등 전체의 90%가량이 아시아 지역에 집중돼 있습니다. 일제 화장품은 2014년 이후 방일 여행객이 증가하면서 인기가 높아져 최근 4년간 판매규모가 3배로 커졌다고 합니다. 2016년에 처음으로 화장품 수출액이 수입액을 웃돌았습니다. 일본을 방문해 기념으로 화장품을 샀던 관광객들이 귀국 후에도 지속적으로 일제 화장품을 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이에 따라 시세이도도 2019년에 도치기현에 36년 만에 신공장을 가동키로 했고, 2020년에는 오사카 인근에 새로운 공장을 돌린다는 계획입니다. 또 다른 화장품 회사 가오(花王)도 가나가와현 주력 공장을 증설해 2019년 생산능력을 2017년 대비 2배로 키우기로 했습니다.
방일 관광객의 증가가 각종 제조 생필품 판매 증가 및 수출 확대로 이어지고, 다시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모습입니다. 수십 년만의 증설 투자를 하는 일본 생필품·화장품 업계의 역동적인 모습이 앞으로 시장을 더욱 키워나갈 수 있을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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