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월 1일부터 8350원…주휴수당 포함하면 33% 급등한 1만30원

입력 2018-12-31 16:08  

최저임금 1만원 시대 '현실로'

최저임금 올해 또 10.9% 급등
영세 소상공인들은 물론
대기업까지도 '위반' 우려 커져

엎친데 덮친 산업 현장 '쇼크'
시급 8350원 적용하면 월급으로 환산땐 174만5150원
시행령 개정으로 최근 2년새 최저임금 실질 인상률 55%

끊이지 않는 주휴수당 논란
이낙연 총리 "주휴수당 65년前 도입
시행령으로 명확히 한 것" 해명에 "산업현장 목소리 외면" 논란 지속



[ 백승현 기자 ]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됐다. 당장 1일부터 최저임금은 지난해(시급 7530원)보다 10.9% 오른 8350원이 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경영계의 호소와 소상공인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3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일하지 않은 시간에 대한 임금(주휴시간과 수당)을 최저임금 산식에 포함시켜야 한다. 그동안 없던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들로선 실질 최저임금이 한꺼번에 1만30원으로 뛴다. 인건비 부담이 하루 새 33% 급등한 것이다. 산업현장에서 무더기 최저임금 위반 사태가 벌어지는 게 불가피해졌다.

10.9% 인상에 시행령까지 ‘이중 쇼크’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열어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법정 주휴시간(통상 일요일)과 수당을 포함하되, 개별 기업 노사가 정한 약정휴일(토요일) 시간과 수당은 제외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 시행령은 대법원 판례와 달리 일하지 않은 주휴시간도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따질 때 임금 계산 기준 시간에 넣으라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령은 공포 절차를 거쳐 곧바로 적용된다. 이에 따라 월급제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분모에 해당하는 근로시간은 기존 174시간에서 209시간으로 늘어난다. 그동안 주휴시간을 제외해온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은 일제히 209시간에 맞춰야 한다. 또 분자에 해당하는 수당에 주휴수당을 포함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1일부터 최저임금 시급은 8350원이 적용된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74만5150원이다. 지난해까지 월급여 170만원을 줬다면 최저임금 위반이 아니었지만 올해부터는 징역 3년 이하(벌금 2000만원 이하)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산업현장은 최저임금 10.9% 인상과 시행령 개정이라는 두 개의 ‘폭탄’을 한꺼번에 떠안았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은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올해 최저임금이 사실상 1만30원으로 2018년에 비해 33% 오르고 문재인 정부 2년간 인상률은 무려 55%에 달한다”며 “정부가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시행령 꼼수를 통해 사실상 최저임금 추가 인상을 단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65년 전 법전’ 들이대며 문제 없다는 정부

최저임금 급등에 따른 경영 부담을 호소하는 산업계에 대해 정부는 추가 부담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변한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주휴수당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5년간 지속한 법정수당으로, 이번에 새로 추가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 총리 말대로 주휴수당은 65년 전 도입됐다. 6·25전쟁 직후 주 7일을 일해도 먹고사는 것조차 어려웠던 시절 일요일 하루라도 유급으로 쉬게 해주겠다는 취지였다. 고용노동부의 ‘월 209시간’ 행정해석도 마찬가지다. 당시 최저임금은 460원대로, 30년간 18배 이상 올랐다. 경영 환경은 크게 달라졌는데 과거 기준으로, 다른 나라에도 없는 주휴수당을 강제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경제계는 한목소리로 시행령 개정이 가져올 부작용을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불안한 경제 상황과 단기간의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기업의 최저임금 지급 능력 고갈 등 기업 현실을 고려해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대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새 시행령으로 노조가 있는 대기업은 추가적인 임금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어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장(한국당)은 “시행령 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위법 개정 논의를 지켜보지 않고 하위법을 날치기 발표한 것은 입법부에 대한 도전”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강성 노조에 진 빚을 갚기 위해 민생경제를 파탄내고 있다”고 말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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