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신소재·AI·반도체 등
연구능력 종합평가 크게 앞서
美는 의료·바이오 위주 7개 선두
日·EU 국가는 1등분야 없어
[ 김동욱 기자 ] 중국이 차세대 배터리와 신소재,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기술 분야의 연구논문 수와 조회 빈도 등을 종합 분석한 결과 미국을 크게 앞선 것으로 평가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네덜란드 학술정보평가회사인 엘제비어와 공동으로 2013~2018년 첨단기술 분야 논문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0개 주요 첨단기술 연구 중 23개 분야에서 중국의 연구 수준이 미국을 앞지른 것으로 분석됐다”고 31일 보도했다. 이 조사는 전 세계에서 발표된 1720만 건의 첨단기술 분야 논문을 조회 수 등을 바탕으로 주목도를 점수화한 뒤 국가별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중국은 △나트륨이온배터리 △광촉매 △핵산표적 암치료 등 23개 분야의 연구력에서 1위에 올랐다. 차세대 태양전지 재료로 주목받는 ‘페로프스카이트 구조’ 연구와 차세대 반도체 연구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 단원자층 연구 등 학계 관심이 많은 분야에서 중국의 강세가 두드러졌다.
반면 미국은 지카바이러스 연구, 게놈 편집 등 의료·바이오 분야를 중심으로 7개 분야에서만 중국에 앞선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과 미국을 제외하면 일본, 영국, 독일 등은 단 한 개 분야에서도 1위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과 미국의 첨단기술 연구 능력은 앞으로 5~20년 뒤 관련 산업 경쟁력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엘제비어는 “중국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전자기기나 전기자동차(EV)와 같이 실용화를 염두에 둔 기술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첨단기술 연구 능력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몇 년 새 급성장한 것으로 드러났다. 30개 주요 첨단기술 분야 논문 수에선 미국이 390만 건, 중국이 290만 건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2008년까지만 해도 첨단기술 분야 논문 수가 미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2016년에 51만 건의 과학논문을 발표해 미국(56만 건)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중국은 최근 5년 새 논문 발표 수가 27% 늘었다. 광촉매(78.3%)나 핵산표적 암치료(72.6%) 연구에선 전 세계에서 발표된 논문 10건 중 8건 가까이가 중국 연구진에 의해 발표됐다. 반면 일본의 첨단기술 분야 논문 수는 77만여 건으로 미국 중국과 차이가 컸다. 30개 주요 첨단기술 분야에서 중국과 미국 논문은 전 세계 논문의 39.5%를 차지했다.
최근 들어선 중국 과학계가 내놓은 논문의 질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이 2014~2016년 발표한 논문 중 인용 수가 많은 ‘우수 논문’으로 평가된 비율은 10.9%에 달했다. 미국(15.1%)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본(8.5%)은 추월했다.
미래기술 분야에서 이처럼 중국이 강점을 보이는 것은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 연구를 적극 지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연구개발비는 45조엔(약 455조원) 규모로 10년 전에 비해 3.4배 늘었다. 절대 규모 면에서도 미국(약 515조원)에 육박한다. 국가 주도의 첨단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앞세워 첨단기술 연구와 기업 상용화를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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