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석/강동균/김동욱/정인설 기자 ]
2%대 중반 성장 예상…급격한 침체 가능성 낮아
지난해 미국 경제는 기록적 성장세를 보였다.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분기 연율 4.2%에 달해 잠재성장률(2%대 중후반)을 훌쩍 웃돌았고 실업률은 3.7%로, 5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9년 성장세는 다소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월스트리트의 투자은행들은 올해 성장률을 2%대 중반으로 지난해(약 3%)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증가율이 작년 3분기부터 줄어들기 시작한 데다, 공화·민주 양당이 2017년 10월 합의한 연방정부 재정 지출의 시한부 확대가 올 9월이면 종료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하원을 장악한 만큼 2020년도 재정지출 확대는 힘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주택시장은 이미 작년 중반부터 완연히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마스터카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쇼핑시즌 소비가 전년 대비 약 5.1% 증가하는 등 미국 경기의 버팀목인 소비 증가세는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해 12월 128.1로 전달 136.4에서 떨어지는 등 2개월 연속 하락했다.
최근 미국에선 다음 경기 침체 시기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현재로선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2020년께부터 침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워낙 크다. 일시 휴전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갈등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급격한 침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과도한 기업 부채 등 불안 요인도 과거에 비해선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8년과 같은 위기가 급속히 찾아올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다. 다만 아직도 기준금리가 연 2%대로 낮은 데다, 재정 적자가 연간 1조달러를 돌파할 정도로 불어난 상황이라는 점에서 침체가 찾아왔을 때 효과적 통화정책이나 재정 부양책을 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부채 급증·부동산 둔화…"경제 성장률 0.3%P ↓"
중국의 주요 연구기관과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컨센서스는 6.3%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추산치 6.6%보다 0.3%포인트 낮은 것이다.
중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미·중 통상전쟁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을 고려해 올해 성장률을 6.3%로 전망했다. 사회과학원은 “공급 측면에서 중국의 자본과 노동생산성은 2012년을 기점으로 매년 하락해왔고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점점 떨어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다만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투자로 수요 측면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부동산 투자도 합리적인 수준에서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고 봤다.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해선 “중국의 수출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수 있지만, 기업 투자심리 등 간접적인 영향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 공급망사슬(밸류체인)의 말단에 있다는 점에서는 수출 부문에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사회과학원은 “중국의 소비가 탄탄한 만큼 내수 경제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은행(WB)을 비롯한 해외 기관들은 사회과학원 전망보다 소폭 낮은 6.1~6.2% 성장률을 예상했다. 세계은행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소비가 둔화하면서 GDP 증가율이 6.2%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GDP 증가율로는 29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올해 중국의 핵심 과제는 무역에서의 역풍을 관리하는 동시에 금융 리스크를 억제하는 것”이라며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추가 부양책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미·중 통상전쟁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 둔화와 급증하는 부채 등 내부 요인이 겹쳐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6.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미·중 갈등이 더 확대되면 중국의 성장률이 5.5%까지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
엇갈리는 내년 전망…엔高 조짐에 수출 '적신호'
2019년 일본 경제 전망은 쉽지 않다. 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다. 다만 경기 회복세의 큰 흐름은 이어지겠지만 성장 속도는 확연히 둔화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당장 경기 침체에 빠질 정도는 아닌 만큼 신년 경기가 ‘좋다’거나 ‘나쁘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일본 정부는 올해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3%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만성적인 일손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한 자동화 투자 등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가 2.7%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본 정부 전망은 민간 싱크탱크들이 내다본 성장률 평균(0.68%)의 두 배에 달한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내놓은 GDP 증가율 전망치는 0.8% 수준이다. 일본 정부는 이 때문에 지나치게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카모리 아키오 미쓰이스미토모애셋매니지먼트 연구원은 “정부 전망치는 시장의 경제 주체들에게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격려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기 회복세가 올 1월까지 이어지면 74개월 연속 경기 회복을 기록한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간 경기 확장기였던 ‘이자나미 경기(2002년 1월~2008년 2월)’를 넘어서는 대기록이다. 지표상으로는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닛케이225지수가 급락하는 등 최근 분위기는 좋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해 경기를 회복 국면으로 전망한 기업은 9.1%로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반면 ‘악화’될 것으로 본 기업은 29.4%로, 2013년 이후 최고로 많았다.
일본 경기 전망은 외부 요인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미국의 대(對)일본 통상 압박 강화 등으로 수출 경기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최근 엔화가치가 오르며 ‘엔고’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불안 요인이다. 올 10월에 소비세를 8%에서 10%로 올릴 예정이어서 내수 위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
'돈 풀기' 종료…브렉시트·伊 재정 리스크가 변수
올해 유럽 경제 성장세는 작년보다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돈 풀기 정책이 작년 말로 끝난 데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나 이탈리아의 재정 리스크 등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경기 둔화 가능성이 큰 만큼 유럽 국가들의 기준금리는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CB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올해 성장률을 1.7%로 전망하고 있다. 작년 성장률 예상치(1.9%)보다 0.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EU집행위원회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유럽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0.1~0.2%포인트 낮게 잡았다. 세계은행(WB)은 2.1%였던 유럽 경제의 성장률을 1.7%로 0.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비관론이 확산되는 데는 ECB의 긴축 움직임도 큰 영향을 미쳤다. ECB는 작년 말 양적완화 정책을 종료했다. 2015년 3월부터 유로존 국가의 국채를 중심으로 매달 600억유로 규모로 매입하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을 3년9개월 만에 끝낸 것이다.
ECB는 이미 작년 1월부터 자산 매입 규모를 월 300억유로로 축소했고 10월부터는 150억유로로 줄이면서 시장 충격을 완화하려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돈 풀기를 통한 유럽 경기 부양이 공식적으로 끝나는 만큼 EU 경기에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달 13일 유로존 통화정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보호무역주의 위협이 커지고 지정학적 문제에다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되면서 위험 균형이 아래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브렉시트, 이탈리아 재정적자가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영국이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딜 브렉시트’가 이뤄지면 올해 EU 지역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1.5~1.6%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런던=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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