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동욱 기자 ] 최근 2년 이상 전례 없는 ‘슈퍼호황’을 누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올해 성장세가 확연하게 꺾일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자 반도체를 사용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들이 계획했던 투자를 멈추고 관망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반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반도체업체들은 대규모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면서 국내 기업을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고 있다. 중장기적인 위협 요인이라는 평가다.
국내 기업의 주력 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반전됐다. D램 가격(DDR 4 고정거래가격 기준)은 지난해 9월 8.19달러에서 11월 7.19달러로 두 달 연속 하락했다. 12월 7.25달러로 소폭 반등했지만 급락에 따른 조정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낸드플래시(128기가비트 고정거래가 기준)도 6월 말 5.6달러에서 12월 말 4.66달러로 18%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메모리값이 품목에 따라 10~20%가량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최근 2년간 30% 이상 급성장해온 성장률이 10% 내외로 조정받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비정상적인 성장률이 정상궤도로 돌아오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도체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도하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올해 3분기 기준 글로벌 메모리 시장은 삼성전자(45.5%)와 SK하이닉스(29.1%) 등 국내 기업이 4분의 3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어선다.
일각에선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은 일시적 조정 국면이며 올 하반기부터 가격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IoT) 등 신기술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점진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미세 공정 혁신에 따른 공급 증가율이 둔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은 이런 업계의 수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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