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가 북핵 폐기 대신 ‘핵보유국’임을 주장하고 자력갱생을 천명한 점이 특히 우려스럽다. 미국에 “우리 인내를 오판 말라”,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 길을 모색하겠다”는 경고를 덧붙인 대목은 협상이 궤도를 이탈했음을 잘 보여준다. 김정은은 남북군사훈련과 주한미군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도 요구했다. 요구조건을 자꾸 추가해가며 비핵화 부진의 책임을 미국과 한국에 떠넘기는 모습이다.
여기서 김정은의 북한에 분명히 해야 할 게 있다.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구축’을 위해서는 북핵 제거 절차를 명확히 하는 게 선결과제라는 점이다. 그동안 북한은 ‘선(先) 제재완화’를 줄기차게 요구하더니, 최근 ‘핵 폐기 불가’라는 속내를 노골화하고 있다. 대남 선전매체 메아리가 “조선반도 비핵화와 북 비핵화는 다르다”며 청와대를 대놓고 압박한 게 단적인 예다.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조선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 ‘비핵화’의 의미라는 주장도 내놨다. 자신의 핵 도발이 평화를 위협한다는 엄연한 사실을 부정하는 언어도단이다.
북한은 핵 포기 의사가 없으며 ‘핵 감축 협상’을 통한 반대급부 확보가 목적이라는 게 더 분명해졌다. 이런 터에 남북한 대화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칫 미·북 협상이 ‘미 본토 위협을 않겠다’고 확약하는 선에서 마무리되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핵무력대국’ 북한의 인질이 돼 온갖 굴욕을 당할 게 너무도 뻔하다. 온갖 미사여구를 교환하며 금쪽같은 기회를 허송하지 말고, 북핵 폐기의 가시적 조치를 이끌어내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