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소비둔화 '쇼크'
[ 고경봉 기자 ] 지난 1년간 자영업자의 체감경기 지표가 역대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연초에 비해 연말에 느끼는 경기 체감 수준과 향후 생활형편 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월별로 조사하는 현재경기판단 소비자동향지수(CSI)는 지난해 12월 59로 나타났다. 지난해 1월 당시의 84와 비교하면 역대 최대 규모인 25포인트 떨어졌다. 탄핵정국이 불거졌던 2016년(13포인트 하락), 유럽 재정위기가 고조됐던 2011년(18포인트 하락)의 하락폭을 뛰어넘었다.
향후 전망에 대한 기대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역대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생활형편전망 CSI는 16포인트, 향후경기전망 CSI는 32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CSI는 소비자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조사된다. 100 이하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소비자가 낙관적으로 보는 소비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체감경기는 2017년에만 해도 상당한 호조를 보였다. 그해 12월 말 자영업자의 현재경기판단 CSI는 1월 대비 42포인트, 향후경기전망 CSI는 33포인트 각각 올랐다. 둘 모두 2009년 이후 최대 상승폭이었다. 탄핵정국으로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며 내수 경기 부양에 대한 기대효과가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작년 들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자영업자들의 고용 비용이 증가하고 투자 부진, 소비 둔화 등으로 경기 하강 우려가 확산되면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지난해엔 다른 CSI 지수도 줄줄이 하강 곡선을 그렸다. 작년 12월 현재생활형편 CSI(87)는 연초 대비 4포인트, 가계수입전망 CSI(94)는 8포인트 빠졌다. 두 지수 모두 하락 폭이 2011년 이후 가장 컸다. 소비지출전망 CSI는 2포인트 빠진 101이었다.
자영업자 대상 CSI 8개 항목 중 지난해 초 대비 연말 들어 상승한 항목은 금리수준전망 CSI가 유일했다. 1월 130에서 12월 134로 4포인트 올랐다. 체감경기가 크게 악화된 가운데 금리까지 오르면서 자영업자 부담을 키웠다는 얘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작년에는 최저임금 인상, 임대료 상승 등이 자영업자의 체감경기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경기가 좋지 않으면 자영업자들은 매출에 직접 영향을 받기 때문에 봉급생활자보다 체감경기가 나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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