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따지지 않고 월급 줬는데…처벌한다니 기가 찬다"

입력 2019-01-02 17:31  

영세 中企 '주휴수당 무방비'

시무식 사라진 中企…최저임금·주휴수당 걱정과 한숨만

"최저임금 자꾸 올리면 동남아로 나가라는 얘기
가족·친구 동원해서라도 100만명 반대 서명 받자"
선제적 감원하거나 비는 자리 충원 안하며 버텨



[ 김낙훈 기자 ] 2일 경기 김포시의 한 동태찌개집. 점심시간이 되자 인근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인 6명이 한 테이블에 모여 앉았다. 비철금속 가공, 기계 부품, 선박 부품 등을 생산하는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이다. 새해 급히 모임을 마련한 것은 ‘주휴수당’ 때문이었다. 대부분 기업을 한 지 20~30년이 됐지만 주휴수당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2명에 불과했다. 다른 이들은 주휴수당 문제의 심각성을 이제야 깨달았다. 그중 한 사람은 “가족과 친구를 동원해서라도 주휴수당의 부당성을 알려 100만 명 서명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주휴수당 구분 없이 대충 임금을 정했던 업체들은 기본급과 주휴수당 등을 구분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주휴수당이 뭔가요” 반문

한 기업인은 주휴수당과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주휴수당이 뭔지를 기업인과 직원들이 알게 됐다. 이후 이 문제가 어떤 파장으로 이어질지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는 비관적이라고 했다. 직원들은 주휴수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고, 고용하는 사람들은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아예 고용을 줄이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경기도에서 연매출 수백억원을 올리는 건자재업체를 운영하는 C사장 역시 “주휴수당이 뭐냐”고 되물었다. 그는 “올해 최저임금이 10.9% 올라 회사 전체적으로 3억원 정도의 인건비 추가 지출이 있을 것”이라며 “연이익이 5억원 선인데 최저임금 상승만으로도 거의 60%를 까먹을 판”이라고 했다. C사장의 걱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저임금 인상이 각종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건자재를 시공하는 인력의 인건비는 하루 25만~30만원 선으로, 3~4년 전(15만~20만원)보다 50%가량 올랐다.

경기 안산의 한 제조업체도 지금껏 주휴수당 개념을 적용하지 않고 월급을 지급했다. 직원이 7명인 이 회사의 P사장은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주휴수당을 알게 됐다”며 “당장 이달부터 월급에 주휴수당을 명확하게 포함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선제적 구조조정 이미 시작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 시화산업단지의 자동차 부품업체 K사는 지난해 말 외국인 근로자 1명을 내보냈다. 이 회사는 열악한 근로환경 때문에 직원을 구하기 어려워 8명 중 4명을 외국인으로 채우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업계 불황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을 것 같아 사람을 줄였다.

이 회사 L사장은 “외국인 근로자에겐 기본임금과 잔업수당뿐 아니라 세끼 식사와 기숙사까지 제공하기 때문에 월 300만원가량 지출된다”며 “사장은 월급을 200만원도 못 가져가는데 자꾸 임금을 올리면 문을 닫거나 동남아시아로 나가라는 얘기”라고 했다.

수도권에서 30명을 고용하고 있는 K사장도 상반기 외국인 근로자 3명을 줄일 생각이다. K사장은 “강제적으로 감원하기는 쉽지 않아 자연 감원분을 충원하지 않는 식으로 구조조정할 생각”이라고 했다. 1년에 평균 세 명 정도 나가는데 충원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은 원부자재 가격과 운반비 상승, 현장식당(함바)의 밥값 인상 등 연쇄 가격 인상을 불러온다”며 “결국 힘없는 중소기업은 모든 원가 상승분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현상은 도금·열처리·금형·염색·단조 등 기반산업에서 폭넓게 벌어지고 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임금은 근로의 대가라는 점에서 휴일 유급을 강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과도한 입법”이라며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주 1일 이상 휴일을 권고할 뿐 유급 여부는 규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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