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진료하던 환자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47)의 막내 여동생 임세희씨가 의료진 안전을 보장하고 정신질환자가 편히 치료받을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말했다.
임 교수 여동생 임세희 씨는 2일 임 교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족의 자랑이었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 안전과,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임씨는 "오빠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분은 진료권 보장을 많이 걱정하지만 환자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기를 동시에 원한다. 그분들이 현명한 해법을 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임 교수가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책으로 낸 사실을 거론하며 "자신의 고통을 고백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낙인이 없는 의사조차 고통받을 수 있음을 알리면서 사랑했던 환자를 위해 자신을 드러냈던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오빠가 얼마나 자신의 직업에 소명의식이 있었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받기를 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빠는 효자였다. 굉장히 바쁜 사람인데도 2주에 한 번씩은 부모님과 식사했고, 아이들을 너무 사랑했다"고 전했다.
임씨는 남은 가족들을 생각하며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그는 "제가 오빠 없는 세상이 낯설고 두렵듯이 아이들과 언니(임 교수의 부인)는 더 큰 낯섦과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한다"며 흐느꼈다.
또한 "아이들은 아빠를 보는 것만으로도 달콤했구나 할 정도로 사랑했다. 새언니가 직장이 있어 바빴는데 오빠가 미리 시간을 조정해 퇴근해서 아이들을 돌볼 정도로 가정적이었다. 받기만 하고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오빠를 잃고 나니 제일 먼저 생각난다"고 울먹였다.
병원 복도의 폐쇄회로(CC)TV에 담긴 임 교수의 마지막 모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CCTV에는 임 교수가 몸을 피하던 와중에도 간호사가 무사히 대피했는지를 확인하는 모습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는 "저희 유족의 입장에서는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도망쳐', '112에 신고해'를 외치는 영상을 아마 우리는 평생 기억할 것 같다"고 힘겨워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임 교수가 진료실 문 앞에 있던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하고 반대편으로 달아났다. 간호사가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서서 간호사를 바라보다가 피의자가 다가오자 다시 달아났다"고 전했다. 이어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 상에 담겼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임씨는 "고인의 뜻을 기리고 같이 애도하고 추모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임 교수는 앞서 지난해 12월31일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자신에게 진료 상담을 받던 박 모(30) 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박씨는 조울증을 앓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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