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인 유서 추정 글을 남기고 3일 잠적했던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무사히 발견됐다. 앞서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 전 사무관을 비난하는 글을 썼다가 삭제했다.
관악경찰서는 이날 낮 12시 40분께 신씨를 관악구 한 모텔에서 발견했고 생명에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이제 형사 사건이 아니므로 별도의 브리핑은 없다"면서 "가족들도 본인도 심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20분께 신씨가 죽음을 암시하는 듯한 문자 메시지를 남겼다는 신씨 지인의 신고를 받고 행적을 수소문했다.
또 이날 오전 11시 19분쯤 고려대 커뮤니티인 '고파스' 게시판에는 평소 신씨가 사용하던 '신재민2'란 아이디로 "마지막 글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신씨는 이 글에서 최근 자신의 잇따른 폭로가 공익 제보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 한탄했다. 그는 이번 폭로 이유가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의식 때문이었다"면서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비상식적인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를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전날 신씨를 공무상 기밀누설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한 정부 쪽 주장에도 일일이 반박했다. 청와대가 기재부에 적자 국채 발행을 강요했다는 의혹 관련해서 글쓴이는 "국채발행을 통한 회계연도를 넘은 재정 여력확보는 법상 불가능하다"면서 "그 시기에는 금리 인상기라 모두가 바이백 혹은 적자 국채 발행 축소 기대하고 있어 발행하면 시장 기대 역행하는 거였다"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KT&G와 서울신문 사장 인사에 개입했다는 폭로와 관련해서도 "민간기업 CEO인사 개입하는 게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면 왜 당시 우리 부는 숨기면서 했을까요"라면서 "만약 그래도(내가 부족하고 틀렸다고 해도) 이번 정부라면 최소한 내부고발로 제 목소리 들어주시려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전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방지 이야기 해주실 줄 알았다"고 현 정부 대응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앞서 유튜브를 통해 이같은 의혹을 폭로했던 신씨는 전날 오후 서울 역삼동 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자신의 폭로가 공익 제보임을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자신의 의도가 의심받고 외모 비하와 가족에 대한 욕설까지 이어지자 이에 대한 심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해석된다.
손혜원 의원은 전날 SNS에 "신재민은 기획재정부에서 퇴직하고, 메가스터디와 계약을 했다"면서 "부모에게도 알리지 않고 전화번호도 바꾼 채 4개월 동안 잠적했다. 무슨 죄를 지어서 누구를 피해서 4개월이나 잠적했나"라며 의문을 표했다.
이어 "신재민은 진짜로 돈!!을 벌러 나온 것이다. 가장 급한 것은 돈!"이라면서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내며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또 "신재민이 기껏 들고 나온 카드는 불발탄 2개다. KT&G 사장은 교체되지 않았고, 국채 추가 발행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이와 관련해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야당을 향해 "더 이상 망신당하지 말고 신재민이 왜 잠적했는지를 먼저 알아보라"고 강조했다.
손 의원은 앞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핵심 증인이었던 고영태에게 "증인이 언론에 제보를 하면서 오늘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간 신변에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냐"고 안전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현재, 손 의원의 글은 삭제된 상태다.
이밖에도 민주당은 신 전 사무관을 향해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 응분의 책임이 뒤따를 것"(홍익표 수석대변인) "스타강사가 되기 위해 기재부를 그만두고 돈을 벌기 위해서 메가스터디에 들어간다는 사람"(박범계 의원) 등으로 비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신 전 사무관의 유서 소동 이후 "국민들의 염려가 컸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빠른 쾌유를 빈다. 어떠한 이유라도 생명을 함부로 여겨서는 안된다. 신재민 전 사무관도 가족과 친지들이 겪었을 고통을 헤아리길 바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안정을 취해주길 바란다"고 입장을 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몸담았던 기재부는 ‘구체적인 증거’를 가진 ‘공익신고자’를 보호하기는커녕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 전 사무관이 느꼈을 배신감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면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젊은 전직 사무관을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비난했다.
한편 기재부는 2일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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