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가넷 지음 / 이경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 / 356쪽│1만6000원
[ 윤정현 기자 ] 2004년 초 미국의 한 아이비리그 대학에서 소셜네트워크가 시작됐다. 사진을 공유하고 친구들의 프로필에 글을 남길 수 있어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페이스북 얘기가 아니다. 페이스북이 하버드대에서 돌풍을 일으키기 전, 컬럼비아대 공대 학생이던 애덤 골드버그와 웨인 팅이 개발한 캠퍼스네트워크다. 프로필을 올리고 친구 ‘찜하기’ 기능만 있던 페이스북에 비해 훨씬 앞서 있었지만 거기까지였다. 10여 년이 지난 오늘날, 사람들은 마크 저커버그는 알지만 애덤 골드버그는 모른다.
《생각이 돈이 되는 순간》은 캠퍼스네트워크와 페이스북의 성패를 가른 요인을 ‘크리에이티브 커브’ 모형으로 분석한다. 가로축을 ‘친숙성’, 세로축을 ‘선호도’로 해 초반 관심을 끌 때부터 마지막 구식 취급을 받을 때까지를 종(鐘) 모양 곡선으로 그린 것이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저자는 기업들에 마케팅 데이터와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랙메이번의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2년간 창의성을 기반으로 성공한 인물들을 찾아다녔다. 소설가와 화가를 만났고 연쇄 창업가, 유명 유튜버들과 식사를 했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신화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순간 영감이 떠올랐다는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거짓말’을 책의 1부에서 다루는 이유다.
결국 친숙함과 색다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너무 색다른 것은 사람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한다. 반대로 너무 친숙한 것은 어떤 흥미도 자아내지 못한다. 캠퍼스네트워크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처음부터 고급 기능을 선보였지만 실명을 사용하게 했고 사진 공유와 업데이트를 요구했다. 아무리 신선해도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 책을 내고 아무도 듣지 않는 멜로디를 쓰며 사람들이 쓰지 않는 물건을 만들어내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반면 페이스북은 편안하고 부담 없이 정보 공유에 접근하게 했고 새로운 기능을 조금씩 추가해 나갔다. 저자는 “창의적 재능이란 크리에이티브 커브의 역학을 이해하고 세계에 통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이라며 “천재 크리에이터들은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지점에 이르지 않도록 스타일을 바꿔가면서 창작품에 대한 지속적인 흥미를 유도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소비와 모방, 창의적 공동체와 반복이라는 네 가지 법칙으로 창의적 재능을 터득할 방법을 소개한다.
책은 많은 사례와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저자가 안내하는 방식으로 잠재된 창의성을 실현할 가능성에 대한 설득력을 높인다. 무엇보다 창의성이란 재능이 특별하게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우고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용기를 주는 책이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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