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약세는 글로벌 증시에서 동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에서 유난히 뚜렷해 긴장감을 더한다. 최근 1년 주가등락률(2일 기준)을 보면 코스피지수 -18.9%, 코스닥 -17.6%로 다른 나라보다 낙폭이 훨씬 크다. 미국 다우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6.0%, -6.9%로 한국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영국(-11.9%) 일본(-12.1%) 증시도 한국보다는 양호하다. 세계 증시의 동반하락을 불러온 미·중 무역분쟁, 중국 경기 둔화 등의 악재에 우리나라가 더 취약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코스피지수 2000 붕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경기동행지수가 8개월 연속, 경기선행지수는 6개월 연속 하락한 마당에 경기를 앞서 반영한다는 주가가 온전할 재간이 없다. 주가 움직임과 직결되는 기업들의 올 이익 전망도 시간이 지날수록 비관적으로 바뀌고 있다. 3개월 전 222조원이던 상장회사(236곳 기준) 영업이익 추정치가 지금은 198조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그나마 기대를 걸었던 화학, 제약·바이오업종의 이익 전망치가 뚝뚝 떨어지고 있는 데다 ‘최후의 보루’ 반도체 수출도 2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경고음을 증폭시키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상장사들의 추정이익 감소율이 3개월 새 10%에 달해 1~2%대인 미국 유럽 일본 중국의 5배를 웃돈다고 진단했다.
주가는 한 나라 경제의 현재와 미래를 비추는 대표적 지표다. 지난해 외국인이 5조7000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3년 만에 매도로 전환하고, 기관도 2조9000억원어치를 처분한 데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냉정한 경기진단이 그대로 드러난다. 주가의 움직임은 소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득주도 성장을 앞세운 정부라면 증시의 경고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기업이 이익을 내고 주가 상승과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유도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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