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메일에서 두 가지를 지적했다. 루트로닉이 개발한 안과 레이저 의료기기 '알젠(사진)'이 건성 황반변성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라는 논문이 지난해 하반기 미국에서 발표되었음에도 회사가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직 치료제가 없는 건성 황반변성 시장 규모만 200조원이라 논문을 발표하면 주가가 오를 텐데 왜 발표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2016년 인수합병과 중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600억원을 유상증자했지만 여태 아무런 진척이 없다고 했다. 같은 해 9월 루트로닉은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와 M&A를 추진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내놨지만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중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 합작 병원을 세워 장비를 납품하겠다는 계획도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씨는 주주들이 황해령 루트로닉 회장 면담을 수 차례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증 전에는 주주와 자주 만났던 황 회장이 유증 이후 주주를 피해 해외 출장을 다닌다"며 "어제도 8일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박씨는 "주가가 폭락해 가정이 파탄나고 스트레스로 건강을 망친 주주가 수없이 많다"며 "유상증자한 돈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에 사용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증자 당시 유증가가 약 1만5000원이었는데 황해령 회장이 양심이 있다면 최소한 이 수준으로 주가를 올리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루트로닉 주가는 박씨 말대로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다. 작년 4월 2만1700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하며 이날 기준 7800원을 기록했다. 주주 입장에서는 속이 탈 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회사가 내놓은 설명은 박씨 주장과 달랐다.
박씨가 거론한 건성 황반변성 치료 논문은 노영정 여의도성모병원 안과 교수가 환자 9명에게 개인적으로 시행한 임상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루트로닉 관계자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하려면 치료한 지 1년 이상 경과했을 때 치료 효과의 지속성, 부작용 유무 등을 검증해야 하는데 1~2개월만 추적 관찰한 내용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이 논문을 공개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노 교수가 완성도가 떨어지는 논문이라 부담스럽다고 해 중단했다"며 "추후 임상을 더 확대하기 전에 이런 걸 시도해봤다는 수준의 논문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M&A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엔 동의했다. 그러나 여전히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며 2016년에 얻은 유증자금은 통장 잔고에 남아 있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M&A를 언제까지 하겠다고 기한을 못박지 않았다"며 "M&A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루트로닉은 황 회장이 주주와 소통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오기 때문에 영업 관리가 중요한데 황 회장이 이를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성장 전략을 밝힌 이후 2017년 M&A 전문가인 황현택 사장을 영입해 국내 회사 업무를 총괄하게 하고 황 회장은 대외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황 회장이 주주를 피한다는 것은 오해라는 얘기다.
회사 관계자는 주주들이 걱정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가 루트로닉이 반전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2년 동안 주가가 많이 빠진 까닭은 신제품이 안 나와 매출액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올해 사용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피부용 레이저 의료기기 신제품 2개가 출시된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는데 인력 충원, 경쟁사 임원 영입, 해외 법인 설립 등 해외 영업망을 재구축하는 데 주력했기 때문"이라며 "그 효과가 곧 나올 것"이라고 했다. 루트로닉의 원천기술을 적용한 의료기기인 알젠의 상용화 계획도 구체화해 올해 안에 내놓을 예정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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