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우의 부루마블] 넥슨에 흥미잃은 김정주?…"그는 바보가 아니다"

입력 2019-01-04 08:25  

김정주 NXC 대표 지분 매각
가치 높을 때 팔겠다는 경영적 판단
"국내 게임산업 적신호…위기 심화될 것"




국내 최대 게임회사 넥슨이 매물로 나온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게임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게임산업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든 만큼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

1994년 김정주 NXC 대표가 설립한 넥슨은 1996년 국내 최초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출시하면서 국내 게임산업을 열었다. 넥슨은 이후 메이플스토리, 크레이지 아케이드, 카트라이더, 던전앤파이터 등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빠르게 성장했고, 20년만에 자산총액 5조원을 돌파하면서 준대기업으로 올라섰다.

넥슨 매각에 대한 반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특히 넥슨이 중국 텐센트에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자 "국내 게임산업이 중국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이 국내 게임에 대해 1년 넘게 판호 발급을 중단한 만큼 부정적 여론은 거세다.

김 대표에 대한 동정의 목소리도 있다. 그가 게임회사를 운영한다는 이유만으로 '넥슨 주식 사건'에 휘말려 2년간 재판에 시달리는 등 고초를 겪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 김 대표는 재판 과정에서 "지쳤다" "그만하고 싶다" 등의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김 대표의 넥슨 매각 결정이 "최대의 이익을 위한 경영적 판단"에 가깝다는 게 주된 분석이다. 김 대표가 넥슨 주식 사건으로 게임사업에 대한 흥미를 잃은 것과 별개로, 지금이 넥슨을 매각할 적기라는 경영 판단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넥슨의 매출 절반이 중국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강한 규제는 넥슨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정부가 넥슨 게임에 문제를 제기해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넥슨의 매출과 기업 가치는 절반 이하로 추락해 현재와 같은 이익을 얻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위 학회장은 "넥슨의 매출은 2조3000억원 정도로 1조원 이상이 중국 텐센트가 서비스 중인 게임 던전앤파이터에서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 중국 시장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금이 넥슨을 매각하기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는 의미다. 김 대표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익을 갖기 위해 매각을 서두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넥슨 인수 1순위로 중국 텐센트를 꼽았다. 텐센트는 넥슨 게임이 인기있는 중국 최대 게임 서비스 업체다. 위 학회장은 "텐센트는 넥슨에만 매년 1조원을 송금하고 있는데, 막대한 외화가 한국 게임사로 유출되는 것은 분명 중국 정부에 눈치가 보이는 상황"이라며 "업계 1위 텐센트는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정책 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유명 포커게임이 중단되면서 텐센트 입장에서도 뭔가를 해야할 시기가 왔다. 넥슨은 분명 매력적인 매물"이라 덧붙였다.

이유야 어쨌던 넥슨 매각이 국내 게임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이 매각될 경우 국내 게임산업이 겪을 위기는 상당할 것"이라며 "어떤 이유에서든 좋은 않은 상황인 건 확실하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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