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반응은 찬·반 엇갈려
[ 이관우 기자 ]
“홀인원 상황이 어땠습니까?”
“그냥 그린 보고 친 건데 운 좋게 들어갔네요, 허허.”
프로골프대회 새해 첫 홀인원 기록을 세운 패튼 키자이어(미국·사진)와 미국 골프채널의 현장 캐스터가 나눈 대화다. 4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왕중왕전’ 센트리토너먼트오브챔피언스 1라운드에서다. 인터뷰는 특이하게도 키자이어가 8번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직후 다음 홀로 걸어가는 도중 잔디 위에서 진행됐다. 지금까지 PGA투어 골프중계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 투어 사무국이 올해부터 선수들이 라운드하는 도중에도 인터뷰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생긴 변화다. 지난해까지 투어는 라운드 전·후엔 인터뷰를 허용했지만 라운드 도중 필드 인터뷰는 금지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변화는 골프대회 현장 느낌을 더 생생하게 시청자에게 전달해 투어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겠다는 협회의 전향적 결정에 따른 것이다. 우선 선수 본인이 필드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자원하는 경우로만 제한한 뒤 반응을 봐가며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협회 방침이다.
골프채널은 “더스틴 존슨이 지난해 432야드짜리 12번홀에서 6인치에 붙이는 1온을 한 경우라면 그런 즉석 인터뷰가 딱 어울리겠지만, 3야드짜리 버디 기회에서 3퍼트를 해 스트레스 받은 선수를 즉각 인터뷰하는 건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브룩스 켑카(미국)와 마크 레시먼(호주)은 대체로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레시먼은 “대회의 생생함과 깊은 이면까지 시청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측면”이라며 “다만 질문의 민감성과 언제 인터뷰하는 게 선수들에게 좋은지를 잘 조절할 줄 아는 투어 선수 출신 중계진이 인터뷰를 맡는 게 바람직할 듯하다”고 말했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저스틴 토머스(미국) 등은 반대 의견을 분명히 드러냈다. 토머스는 “나는 라운드 도중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게 습관이라 별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매킬로이는 “유럽투어에서도 이런 요청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나는 ‘노’라고 대답했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