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의 데스크 시각] 타다에서 배우는 개혁성공의 조건

입력 2019-01-06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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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중소기업부장


[ 김용준 기자 ] 주변에 ‘타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응은 긍정적이다. “다른 택시는 못 탈 것 같다” “언론에 안 나왔으면 좋겠다. 사용자가 늘지 않아야 쉽게 이용할 수 있으니까” 등. 대화하다 보면 타다를 이용하지 않으면 시대를 못 따라가는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많이 언급된 타다 얘기를 다시 꺼낸 이유가 있다. 타다가 던져준 메시지 때문이다. 개혁의 성공 요인이라고 하면 좀 거창할 것 같지만.

타다는 사용자 경험을 파고들었다. ‘냄새나는 차, 승차 거부, 중간에 경유지가 있거나 골목으로 들어갈 때 느끼는 심리적 부담.’ 택시에서 몇 번쯤 해본 안 좋은 경험이다. 타다는 이를 없앴다. 내 의견과 다른 정치적 발언을 계속하는 기사의 말을 듣고 있어야 하는 고통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이다. 계산할 필요도, 문을 여닫을 필요도 없다. 작년 택시파업 때 타다가 급부상한 이유다.

사용자 경험 파고든 타다

타다는 또 저항과 기득권의 벽을 무너뜨리려 하지 않았다. 대신 벽이 낮은 쪽으로 돌아갔다. 11인승 승합차를 쓰고, 렌터카 형식을 택했다. 이를 통해 차량 공유서비스의 큰 저항세력인 택시와의 전면전을 피했다. 법의 테두리 내에서 시작함으로써 유사택시, 자동차 운송 불법알선 등의 논란에도 휘말리지 않았다. 이를 통해 공무원이라는 장벽도 피했다.

이 서비스를 위해 외부의 힘을 빌려 왔다. 커플 메신저 앱(응용프로그램) ‘비트윈’을 만든 브이씨앤과 손잡았다. 비트윈은 무료 메신저 모바일 앱으로, 글로벌 다운로드 수 2600만 건을 기록한 서비스다. 자동차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일은 브이씨앤이 맡는다.

이 앵글로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살펴보자. 정권 초기에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의도 정치권과 관련없는 인사들을 중용한 게 그랬고, 문 대통령이 소외되고 아픈 사람들을 안아주는 모습도 그랬다. 김정은과의 판문점 회담은 그 정점을 찍었다. 이는 높은 지지율로 이어졌다. 정치에서 사용자 경험을 바꿔 놓은 결과다.

경제는 생존의 문제

하지만 경제는 달랐다. 뭔가 바꾸려 했지만 사용자 경험은 긍정적이지 않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조차 “경제는 잘못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임금 일자리를 줄였다. 52시간 근로제로 임금이 10% 줄어든 근로자들이 아이 학원을 끊어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책의 수혜자여야 할 사람들이 피해자가 됐다. 사용자들은 청와대에 “일을 더하게 해 달라”고 청원하고 있다. 경제의 사용자 경험에는 생존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 그래서 더 치밀한 시뮬레이션과 상상력이 필요했지만 이를 생략했다.

정면돌파 전략은 더 큰 저항을 불러왔다. 소득주도성장을 고집하며 담론에 대한 공격을 자초했다. 명분에 집착한 최저임금 인상은 전통적 지지 기반인 자영업자를 현 정부의 가장 큰 반대세력으로 돌려놨다. 저항의 벽을 쌓아가며 개혁을 시도하는 셈이다.

생각해 볼 주제가 또 하나 있다.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이명박 정부는 복지인력을 크게 늘렸다. 프랑스 복지시스템을 확충한 것은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드골의 공화당이었다. 전통적으로 상대방의 강한 이슈를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은 개혁의 아이러니다. 외부의 힘 덕분이다.

개혁의 목표는 슬로건이 아니라 실행이다. 그래서 물 흐르듯 이뤄져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실행하고, 저항이 없는 곳으로 돌아 목적지에 닿는 전략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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