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정해진 통화정책 없어…자산 축소도 문제 된다면 재고"
최근 해임설엔 "안 물러날 것"
파월 '비둘기파' 발언에 뉴욕 다우지수 3.29% 급등
[ 김현석/주용석 기자 ]
“경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보면서 참을성을 가질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점진적 금리인상 기조를 바꿔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다. 파월 의장은 지난 4일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AEA)에서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전 의장과 함께한 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파월 의장은 통화긴축으로 이어지는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시장에서 문제가 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바꾸겠다”고 말했다. 미 금융시장은 파월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놓은 발언과 비교할 때 통화완화적 정책 결정을 기대케 한다는 점에서다.
파월 의장은 이날 “(통화) 정책에 미리 정해진 경로는 없다”면서 “항상 변화할 준비가 돼 있으며 필요하다면 상당히 크게 바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FOMC 직후 “통화정책이 완화적일 필요는 없다”고 말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놨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대해선 “대부분의 주요 지표는 여전히 탄탄하며 경제 지표는 2019년에도 좋은 모멘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날 미국의 12월 신규 고용은 수년 만에 최고인 31만2000명에 달했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를 기록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해선 “물가가 관리 가능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임금 상승도 물가 우려를 키우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최근 뉴욕증시 등 금융시장이 큰 폭으로 출렁인 데 대해 “경기둔화 위험을 미리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경제지표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표와 금융시장이 상충하는 점은 걱정되는 신호이고, 그런 상황에서는 리스크 관리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파월 의장은 “시장이 보내는 메시지에 민감하게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보유자산 축소 프로그램에 대해 “시장 혼란의 주요 원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만약 우리가 다른 결론에 이른다면 주저하지 않고 (정책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2월 FOMC 직후 “대차대조표 축소가 시장에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는 않으며 우리가 정책 방향을 변화시킬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에 비해 한층 유연해진 발언이다. Fed는 점진적인 보유자산 축소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줄여왔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임을 요구하면 그만둘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Fed는 매우 강한 전통을 갖고 있다”며 최근 시장에 퍼졌던 ‘해임설’을 차단했다. 그는 “과거 Fed 의장들이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과의 만남은 언제든 가능하지만 현재까지 정해진 일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746.94포인트(3.29%) 급등하는 등 주요 지수가 모두 올랐다. 로레타 메스타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가속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금리인상을 멈출 수도 있다”며 “당장 금리를 인상해야 할 요인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애틀랜타=김현석/주용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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