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EU의 무(無)관세 쿼터 물량 확대 등 우리 입장이 반영됐다고 하지만 철강업계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럽에 주로 수출되는 품목이 대형 철강업체의 주력제품인 판재류인 데다, 잠정조치에 없었던 품목들이 새로 쿼터에 포함된 것도 부담이다.
통상 악재에 직면한 건 철강업계만이 아니다. 자동차는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관세 부과 및 수출 물량 제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고, 반도체도 중국의 반독점 규제 적용 여부 등으로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일본이 국내 조선업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을 문제삼아 WTO 제소에 나선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일본의 공세가 한·일이 경합하고 있는 다른 업종으로 확대되지 말란 법도 없다.
중국이 다음 경제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미국경제학회(AEA)의 잇따른 우려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한국 수출의 27%를 차지한 중국이 위기에 빠져들 경우 국내 기업은 수출 타격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전방위적인 보호무역 조치가 동시에 가해질 공산이 크다.
이런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에 위협을 느낀 일본·호주·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 11개국이 참여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이 지난해 말 발효됐지만, 우리나라는 가입 여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보호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고 다른 한편에선 새 경제블록이 출현하는 등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할 통상당국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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