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업황, 몸집 키우기보다 위기관리 초점…성장 목표, 작년보다 낮췄다

입력 2019-01-08 16:15  

도전 2019 금융


[ 안상미 기자 ]
국내 은행들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낸 작년과 달리 올해 국내 경기 침체와 글로벌 경기 둔화를 우려하면서 성장 목표를 낮춰 잡았다. 명목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몸집 키우기보다는 위기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기업 등 6개 은행은 올해 대출자산 성장률 목표치를 3.3~6%로 잡았다. 올해 명목 경제성장률 수준으로 낮춰 잡은 것이다. 지난해 대출자산의 목표 성장률이 6~8%였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낮아졌다.

국민은행의 올해 목표 성장률은 8%로, 작년 3분기까지 대출자산이 7.32% 증가했다. 작년 말까지 목표 수준을 무난히 달성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올해는 4.5~5%로, 작년보다 3~3.5%포인트가량 낮췄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 경기가 급격한 하락세는 아니어도 올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명목 경제성장률을 4~4.5%로 잡고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주력해 5% 성장하는 게 실질적인 목표”라고 전했다.

신한·우리·기업 등 다른 은행들도 명목 경제성장률 정도만 대출자산을 늘려도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건전성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국내 실질 경제성장률은 작년 2.7%에서 올해 2.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고용 부진, 가계부채 부담과 투자 및 수출 여건도 좋지 않아 목표 성장률은 5%를 잡고 있는데, 목표의 절반가량을 채울 수 있을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작년 3분기까지 6.7%의 성장률을 기록한 KEB하나은행도 올해는 5%로 낮춰 잡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금리 상승 국면인 데다 자동차 부품사 등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 등이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있어 연체율 관리 등에 신경 쓰고 있다”며 “2020년 시행하는 예대율 규제까지 맞추려면 기업 대출을 늘리고 가계 대출을 줄이는 포트폴리오 조정까지 필요해 양적인 성장률 달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작년처럼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부진으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할 것이란 전망에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가계 대출 규제 강화로 대출자산을 늘리기 쉽지 않은 데다 금리 상승폭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니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경영 계획을 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금융연구원도 국내 은행의 대출자산 성장률은 명목 경제성장률 안팎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기업 대출 성장률은 4.74%, 가계 대출은 2.7%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각종 가계 대출 규제로 가계 대출 증가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이나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에 따라 벤처 및 혁신기업 중심의 중소기업 대출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서다. 하나금융연구소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해 순이자마진(NIM)이 하락세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건전성 지표는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한계기업 및 취약차주의 리스크 확대와 경기 부진 영향으로 대손비용은 증가세를 보일 것이란 진단이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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