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의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해부터 진행된 매각(M&A)작업이 수포로 돌아가면서다.
8일 한진중공업은 자회사이자 필리핀 현지법인인 수빅조선소(HHIC-Phil)가 필리핀 현지 올롱가포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회생신청은 필리핀의 회생절차 격인 ‘Financial Rehabilitation and Insolvency Act’에 따라 이뤄졌다.
수빅조선소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은 최근 3년 간 적자폭이 5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실적이 악화된 것이 주 요인이다. 여기에 부채 총액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현지 은행으로부터의 채무 상환 요구가 이어졌다. 이에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초부터 신규 투자 유치 및 지분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섰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결국 수빅조선소의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한진중공업은 대형 상선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지난 2006년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건립했다. 값싼 필리핀의 노동력을 바탕을 통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후 국내 영도조선소는 특수선(해군함정) 중심으로, 수빅조선소는 중대형 상선 위주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방산 전문 조선소로 자리매김한 영도조선소와 달리 수빅조선소의 성과는 신통치 않았다. 기자재 대부분을 필리핀 현지가 아닌 국내에서 조달해야하는 생산 구조 탓에 타 국내 조선소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졌다. 인건비는 저렴했지만 현지 인력들의 숙련도가 국내 경쟁업체에 비해 낮다는 점도 꾸준히 문제로 제기됐다. 여기에 2000년대 후반 이후 이어진 조선업 장기 불황에 컨테이너선 등 상선 선가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며 결국 회생절차에 이르렀다.
수빅조선소의 회생신청은 채권단 관리 중인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업 장기침체로 2016년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2500억원을 수혈 받아 이후 3년 간 보유 부동산과 자회사 등을 매각하는 등 자구안을 실행해 왔다. 지난해까지 부산 다대포공장, 인천 북항 배후지, 한국종합기술, 하코 등 보유 자산 및 자회사를 매각해 1조4000억원 수준의 자구계획을 이행해왔다.
수빅조선소가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수빅조선소에 기자재를 공급해온 부산 경남 지역 국내 업체들은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모회사인 한진중공업은 협력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특별 상담센터를 설치해 운영하기로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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