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시험 응시생들이 느닷없이 '파스' 준비하는 까닭

입력 2019-01-08 16:41   수정 2019-01-09 15:44



(공태윤 산업부 기자) 9일 오전 9시 서울 신촌에 있는 연세대 백양관 입구. ‘제8회 변호사시험 시험장 : 응시자 시험실 배치표’란 글자가 눈에 띄었다. 시험은 10시부터 시작되지만 한시간 전부터 수험생들은 입장을 서둘렀다. 한자라도 더 보기 위해서다. 어떤 수험생은 두꺼운 법서를 3~4권을 포개어 들어가기도 했고, 또 다른 수험생은 아예 캐리어를 이끌고 왔다.

법무부는 이날부터 오는 12일까지 변호사시험을 실시한다. 이틀간 연속으로 시험을 치른뒤 10일 하루 쉬고 또 이틀간 시험을 쳐 모두 나흘간 시험을 치르게 된다. 고사장 앞 마당에는 ‘그거 알아? 너 변시 합격이래!’라는 문구가 살 떨리는 추위를 잠시 잊게 했다.

변호사시험을 앞둔 전날 연세대 로스쿨과 신촌의 변호사시험 전문학원을 찾았다. 내일 시험을 앞둔 연세대 로스쿨 김모씨와 지방대에서 올라와 변시학원 특강을 수강중인 최모씨를 만났다. 8일부터 나흘간 치러지는 변호사 시험의 고사장은 올해부터 전국 5대권역 8개 시험장으로 확대됐다. 서울은 △건국대(635명) △고려대(693명) △연세대(410명) △한양대(557명)이며 지방은 △부산대(330명) △경북대(254명) △전남대(265명) △충남대(473명) 등이다. 고사장 확대로 응시생들의 만족도는 높아졌다. 연세대에서 응시하는 김모씨는 “서울권은 웬만하면 지원한 대학에서 치를 수 있는 것 같다”며 “컨디션 조절도 가능해 더 좋은 성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방소재 로스쿨생들도 서울 이동이 아닌 인근 가까운 지역에서 시험을 칠 수 있어 지방대 로스쿨생들의 변시 합격률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변호사시험때 ‘파스’준비하는 로스쿨생

7일 서울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있는 연세대 광복관 3층 휴게실. 내일 시험을 앞둔 긴장감 때문인지 이 대학 로스쿨 3학년 김모씨는 연신 전자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김 씨는 “지난해 연대 로스쿨 초시(로스쿨 3학년 졸업반 학생이 보는 변호사시험)합격률이 설립이래 처음 90%아래로 내려갔다고 들었다”며 “올해는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얼마나 더 떨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87.15%였으나 지난해 제7회 변호사시험 합격률은 49.35%로 뚝 떨어졌다. 응시자의 절반이 탈락한 것이다. 올해 제8회 변호사시험 응시자는 3617명으로 역대최대 인원이다. 지난해(3490명)보다 127명이 늘었다. 연세대 로스쿨의 지난해 변시 성적은 응시자 139명 가운데 102명이 합격해 73.38%로 전체 25개 로스쿨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요즘 변호사시험 준비물 가운데 중요한 것중 하나는 ‘파스’다. 아니 시험준비물에 웬 파스일까? 무려 4일 동안 치르는 시험을 모두 수기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첫째,둘째날은 네시간씩, 셋째날은 3.5시간, 마지막날은 5.5시간동안 볼펜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며 “손목힘도 변호사 합격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할말이 없겠지만 변호사업무 대부분을 컴퓨터로 작성하는 지금세대엔 부적절한 시험방식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는 모의고사 마지막날 동기들 가운데 손목통증을 호소하며 시험을 끝마치지 못한 경우를 종종 봤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서 발간한 ‘로스쿨 창 11월호’에서도 한 로스쿨 학생은 변호사시험에서 답안지 컴퓨터작성(CBT)의 도입을 주장했다. CBT를 도입하면 비용을 줄이며 합격자 발표기간을 지금의 두달에서 몇주로 앞당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기 답안 작성에 따른 글씨체, 글씨 속도 등으로 인한 응시자들의 답안 작성의 부족함을 보완할 수 있다고 했다.

질문은 자연스레 변호사 시험 합격후 진로로 이어졌다. 김 씨는 “동기들도 요즘은 법무법인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했다. 하지만 자신은 송무분야를 먼저 익힌후 기업법률 자문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소위 ‘SKY(서울·연·고대)로스쿨’ 학생들 사이에는 향후 진로를 두고 ‘검·클·빅’이 자주 거론된다. 검클빅은 검사, 재판연구원을 뜻하는 로클럭 그리고 대형로펌을 칭한다. 로스쿨 졸업생의 30%만 검클빅에 갈 수 있다는 말도 나돈다. 김씨는 평균적으로 연대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 20%가 빅7 대형로펌에 가고, 15~20명은 로클럭으로 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빅7 로펌’들은 로스쿨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을 선발하고 있다. 선발기준은 1학년때의 성적이다. 우수인재를 ‘입도선매’하기 위한 로펌들의 전략이다. 대형로펌들이 1학년 1학기 성적으로 인턴을 뽑으면서 좋은 학점을 따기위해 휴학을 하?거나, 지방대에서 서울권 대학으로, 또 서울권 대학에서 SKY대학 로스쿨로 옮기려는 반수가 급증하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급기야 서울대 로스쿨은 지난해 11월 ‘1학년생을 인턴으로 뽑지말아 달라’며 대형로펌들에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김씨는 마지막으로 “로스쿨을 ‘돈스쿨’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저소득층 등 특별전형 입학자들은 전액 국가장학금이 지원되기 때문에 3년간의 생활비만 있다면 충분히 계층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는 것이 로스쿨”이라며 말을 남겼다. 지난해 로스쿨 기회균형선발이 기존 5%에서 7%로 확대되면서 2019학년 전국 25개 로스쿨 모집정원 합격자는 일반전형 1856명, 특별전형 144명이었다.

◆변시합격위해 휴학하는 로스쿨생

서울 지하철 신촌역 4번 출구에서 20m거리에 있는 변호사시험 전문 M학원 3층. 이날 301호 강의실은 오전 10시부터 낮 1시30분까지 3시간 30분동안 강의가 있었다. 내일 치러지는 변시를 위한 파이널 특강은 아니었다. M학원 관계자는 “변시 최종정리 특강은 빠르면 11월 또는 12월에 한달간 개설된다”고 말했다.

지방 사립대 1학년생이라고 밝힌 최모씨는 “변호사 시험뿐아니라 2학년부터 수업이 진행되는 학점관리를 위해 방학을 이용해 학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수강료는 1주일 7시간(월,금 2회) 4번 강의에 40만5000원이라고 했다. 이 학원은 입구에 교습비표를 게시해놨다. 민법은 70시간에 54만원, 형법은 50시간에 42만원 등 이다. 이 학원은 수강생들에게 독서실, 카페, 식당 등과 연계해 할인 헤택을 제공하기도 했다.

지방 거점 국립대인 ‘부경전(부산대,경북대,전남대)’출신이라고 밝힌 강모씨는 “지난해 2학기때 졸업을 앞두고 휴학을 했다”고 말했다. ‘오탈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란다. 오탈자란 로스쿨 졸업후 주어지는 5번의 변호사시험 기회에서 탈락한 사람을 뜻한다. 변시합격과 대형로펌 합격을 위해 휴학생이 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 시험 합격률의 저하로 최근 변시학원에는 로스쿨 예비 입학생들의 수강이 늘었다. 서울 신촌의 M학원의 경우 지난해 80명이던 예비 로스쿨생은 올해 150명으로 크게 늘었다. M학원 관계자는 “예비 로스쿨 학생들이 입학전부터 학원을 찾는 것은 점점 낮아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원인”이라며 “1학년때부터 학점관리를 통해 ‘검클빅’에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법무부는 제8회 변호사시험 합격자를 4월26일 발표할 예정이다.

(끝) /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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