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나쁜 곳 찾아가 정화 '에어봇'
고관절·무릎에 착용하는 '젬스'도
[ 오상헌 기자 ]
막 잠에서 깨어난 제시에게 눈사람 모양의 로봇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제시야, 어제 8시간이나 잤네. 잘 때 호흡상태도 좋았고. 자, 이제 혈압과 심장박동 수를 잴 테니 터치스크린에 검지손가락을 대봐.”
제시의 친구이자 ‘건강지킴이’ 역할을 하는 이 로봇의 이름은 ‘삼성봇 케어’. 삼성전자가 내놓은 1호 로봇이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 2019’ 개막을 하루 앞둔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로봇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로봇 시장에 뛰어든 삼성
삼성전자가 이날 선보인 로봇은 6종이다. 움직이는 로봇 형태 3종에는 ‘삼성봇’이란 이름을 붙였다. 몸에 장착하는 웨어러블 기기 3종은 ‘젬스(GEMS)’로 명명했다.
삼성봇 케어는 실버 세대의 건강과 생활 전반을 챙겨주는 로봇이다. ‘주인님’의 혈압, 심박, 호흡, 수면 상태를 측정해주고 복약 시간과 방법에 맞춰 약을 먹었는지도 관리해준다. 사용자가 넘어지거나 심정지 등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119에 자동으로 연락한다. ‘삼성봇 에어’는 부엌 등 공기질이 나빠진 곳을 스스로 찾아가 정화해주는 기능을 갖췄다. ‘삼성봇 리테일’은 쇼핑몰과 음식점을 위한 로봇이다. 상품을 추천하고 주문을 받으며 음식도 나른다.
젬스는 걷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개발했다. ‘젬스-힙’을 고관절에 착용하고 걸으면 평소보다 20% 정도 힘을 덜 써도 된다. ‘젬스-니’는 일어서거나 계단을 오를 때 30㎏ 이상 체중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어 무릎 통증을 줄여준다. ‘젬스-앵클’을 발목에 착용하면 10% 정도 빨리 걸을 수 있다.
삼성이 로봇사업에 뛰어든 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매년 10% 이상 성장해 2020년에는 1880억달러(약 211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은 세계 최고 수준의 하드웨어 제조능력을 갖춘 만큼 소프트웨어 기술력만 끌어올리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부스는 IT 종합 전시장
본행사 개막에 앞서 이날 언론에 먼저 공개한 삼성 전시관은 ‘정보기술(IT) 종합 전시장’이었다. 참가 업체 중 가장 넓은 3368㎡(약 1021평)를 첨단 IT와 IT 기기들로 채웠다. 삼성관을 관통하는 주제는 ‘초연결 사회’. 5세대(5G) 이동통신과 인공지능(AI) 플랫폼인 ‘빅스비’를 기반으로 삼성이 보유한 광범위한 제품들을 하나로 묶어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장(사장)은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5G 네트워크 장비로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인증을 받았다”며 “올 상반기 5G 스마트폰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결 더 똑똑해진 ‘뉴 빅스비’도 주목받았다. 삼성전자가 인수한 전장(전기·전자장치)업체 하만이 선보인 ‘디지털 콕핏(차량 앞좌석 모형물) 2019’를 뉴 빅스비와 연결한 게 대표적이다. 차 안에서 집안의 스마트 기기를 조작하고, AI 스피커인 ‘갤럭시 홈’을 통해 집에서 차량의 주유 상태 등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라스베이거스=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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