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가구 이상 설치 의무화
주민들 "어린아이 등 불안"
[ 최진석 기자 ] “5세대(5G) 통신망을 구축하면 휴대폰과 인터넷을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통신사 관계자)
“아무리 그래도 기지국을 세 배나 많이 설치하는 게 말이 됩니까.”(아파트 동대표)
경기 남양주시 A아파트 단지 입주민대표회의에선 최근 통신사의 5G 이동통신 서비스를 위한 기지국 설치를 두고 언쟁이 벌어졌다. 통신사가 5G 통신망 구축의 필요성을 설명하자 아파트 동대표들 중 일부가 기지국의 전파 유해성을 우려하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 참석한 한 동대표는 “기존보다 많은 기지국이 단지 곳곳에 난립하면 미관을 해치는 것은 물론 입주민들이 전자파에 노출될 수 있다”며 “편리하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좋지만 아이들 건강에 이상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설명했다.
오는 3월 시작되는 5G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5G 상용화를 위해 기지국을 세 배 이상 늘려야 하지만 일부 기지국 인근 주민들이 전자파를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5G는 3.5㎓ 주파수 대역을 이용한다. 기존 4세대 LTE보다 직진성이 강하고 장애물의 영향을 많이 받는 주파수여서 기지국을 촘촘하게 세워야 한다. 기지국 추가 설치를 위한 공간 확보를 두고 아파트 입주민과 갈등이 생기는 이유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집 앞 기지국을 없애 달라” “아파트에 설치된 기지국을 제거해 달라”는 민원글이 10여 개 올라와 있다.
입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전자파의 유해성이다. B아파트 동대표는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기지국 설치 지역의 전자파 출력을 직접 확인하고 유해성 여부를 설명해준다고 하지만 이것만으로 주민들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부족하다”며 “특히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에선 ‘전자파 포비아(공포증)’가 강하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제69조 2항에 따르면 500가구 이상 대규모 주택단지는 의무적으로 기지국을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밝히면 통신사가 기지국 설치를 강행하기 힘들다. 문제는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 중 일부는 통화 품질 저하와 인터넷 끊김 등을 이유로 기지국 설치를 원한다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전자파 우려가 없도록 제반 시설을 제대로 갖춘 소규모 기지국을 설치하는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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