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 격식 파괴…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

입력 2019-01-0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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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임직원 신년음악회

딱딱하고 엄숙한 클래식 탈피…인기 가수 콘서트 분위기로
'복장 자율' 월~금요일로 확대…형식 위주 'PPT 보고'도 퇴출
자율성 강화하자 성과 가시화…올 영업익 작년보다 늘어날 듯



[ 김보형 기자 ]
“흥겨운 대중가요로 새해를 맞아 좋은 기운이 샘솟습니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가수 이은미 씨의 열창이 이어지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30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두산그룹 임직원들은 콘서트 분위기에 취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지난 7일 저녁 열린 ‘2019 두산 신년음악회’에서다. 임직원과 가족을 초대해 음악과 더불어 새해를 여는 행사로, 올해로 26회째를 맞았다. 과거엔 그룹 최고경영진부터 은퇴한 원로들까지 참석하는 행사 성격 때문에 클래식 음악 중심으로 엄숙하게 진행됐다.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신년음악회를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 그랬던 음악회가 2016년 3월 취임한 박정원 회장(56)이 행사를 주재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보고 간소화·복장은 자율

박 회장은 평소 “현장과 직원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직적 상하관계에선 유연한 조직을 일구기 어렵고, 업무 능률도 떨어진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신년음악회에 대한 직원들 의견을 듣고 클래식과 대중가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음악회로 바꾸기로 했다. ‘격식’이나 ‘형식’에 치우치지 않고 ‘실용’을 추구하는 박 회장 경영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2017년부터 두산 신년음악회는 1부는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클래식 공연으로, 2부는 유명 가수 콘서트로 열리고 있다.

박 회장의 실용 중심 기업 문화는 복장 자율화로도 이어졌다. 일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7월부터 매주 금요일에만 실시하던 ‘캐주얼 데이’를 올해부터 매일, 전 계열사로 확대했다. 업무 특성상 정장을 선호한다는 의견도 반영해 직원 스스로 캐주얼과 정장 중 편한 복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박 회장은 보고 문화에도 실용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그룹에서 파워포인트(PPT)를 공식적으로 퇴출시켰다. 격식이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목적에 맞는 효율적인 방식으로 보고하도록 해 더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두산은 ‘PPT 제로(0)’와 함께 보고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일상적인 보고나 단순한 내용 공유는 별도 보고서 없이 이메일이나 구두로 하면 된다.

올해 신사업 성과 본격화

박 회장의 실용적 면모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드러난다. 화려한 미사여구 대신 직설적인 당부를 임직원들에게 했다. 그는 “제한된 시장을 놓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며 “절박함과 간절한 마인드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 시장경쟁력을 강화하고 점유율을 높여 가자”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연료전지와 협동로봇, 전지박(2차전지 음극부분에 씌우는 소재) 등 신사업을 하나씩 열거했다.

‘디지털 전환’을 앞세운 박 회장의 신사업 구상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2015년 1000억원에 못 미쳤던 (주)두산의 영업이익은 박 회장 취임 이듬해인 2017년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1조4140억원 추정)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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