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위한 '직접 일자리사업'
참여율 낮고 예산 나눠먹기식
'헛돈' 쓰고도 올해 또 26조 투입
전문가 "정책 기조 수정해야"
[ 김일규 기자 ] 정부가 지난해 일자리 분야에만 약 26조원의 예산을 쏟고도 낙제 수준의 성적을 거두자 ‘헛돈 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도 26조원가량을 투입할 계획이지만, 근본적인 정책 기조 수정 없이는 올해 목표(취업자 15만 명 증가) 달성도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본예산(19조2000억원)과 추가경정예산(3조9000억원)에 일자리안정자금(3조원)까지 더해 총 26조원 규모를 일자리 분야에 투입했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우며 2017년 쏟아부은 예산(28조원)까지 합하면 2년간 쓴 돈이 54조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 등 고용 분야 지표는 대부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나타냈다.
정부의 일자리 예산이 ‘깜깜이’식으로 쓰였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고용노동부의 ‘재정 지원 일자리 사업 평가 분석’ 보고서를 보면 주로 취약계층을 위한 ‘직접 일자리 사업’은 취약계층 참여 비율이 36.3%에 불과했다. 반복 참여율은 39.2%에 달해 골고루 지원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예산이 아는 사람끼리 나눠 먹는 데 허비됐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그럼에도 별다른 보완 없이 올해 또 22조9000억원을 일자리 예산으로 잡았다. 일자리안정자금(2조8000억원)까지 더하면 모두 25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를 통해 올해 취업자 15만 명 증가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올해 일자리 15만 개를 창출하는 데 전력투구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일자리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폭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올해 최저임금 10.9% 추가 인상 여파에다 경기침체까지 더해지면 고용환경이 지난해보다 나빠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취업자 증가폭을 10만 명 안팎으로 보고 있다. 정부 목표치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노동연구원은 12만9000명, 현대경제연구원은 12만5000명 정도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정책 기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최저임금 차등화,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등이 특히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정부가 과감한 규제개혁과 기업 활력 제고,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을 통해 기업의 채용 확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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