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국제인문학부의 모 섹션 언어성폭력 대책위원회가 8일 공개한 대자보에 따르면 지난해 3월1일 국제인문학부 행사에서 새내기 남학생 A씨가 여학생을 지칭해 ‘얼굴이 괜찮다’는 등의 외모 평가 발언을 했다.
이 사건은 9개월이 흐른 작년 11월22일 국제인문학부 학생회에 신고됐고 뒤이어 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대책위는 자치규약상 ‘특정 성별에 적대적이거나 불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 ‘특정 성별을 대상화, 비하,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발언’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로 지목된 여학생이 졸업할 때까지 A씨의 섹션방 출입·학회·행사 참여 등 교내 공식적 활동을 정지시킨다고 결정했다. 또 성평등상담실 교육 이수에 사과문 작성을 요구했다. A씨는 사과문 게재와 교육 이수에 동의했다. A씨는 사과문에서 “미팅 얘기를 하다 여자 얘기가 나왔다”며 “칭찬으로 들릴 수 있지만 몇몇 사람들에게는 비교하는 말로 들릴 수 있다는 걸 생각 못해 잘못했다”고 밝혔다.
학생회의 이같은 조치에 서강대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과도하다는 반발이 쏟아졌다. 한 학생은 “외모품평이 잘못된 건 맞지만 사과문으로 충분할 것을 접근금지까지 대책위가 결정한다는 게 무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학생회가 차라리 조정위원으로 두 학우가 강압적이지 않은 분위기에서 풀어갈 수 있다면 괜찮았을 텐데 학생회가 일방적으로 과도한 징계를 내리면서 ‘성폭력’이라고까지 규정한 건 지나친 선택”이라고 지적했다.
학생회 측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공간 분리는 징벌적 의미가 아니고 피해자가 접근 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성폭력에서는 당사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낄 가능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정 성별 집단의 외모를 평가하는 행위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특정 성별에 불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로 느껴질 수 있다”며 “모든 상황에서 무조건 ‘예쁘다’라는 발언이 성폭력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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