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낙훈의 기업인 탐구
[ 김낙훈 기자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독일의 ‘히든 챔피언(글로벌 강소기업)’ 중에는 생산시설 및 연구개발에 투자를 늘린 기업이 많았다. 경기는 불황과 호황이 반복되는 속성이 있는 만큼 불황기에 호황을 대비해야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경기 시화산업단지의 대모엔지니어링과 판교의 마이크로디지탈도 마찬가지다. 올 들어 글로벌 시장공략을 강화하는 이들 기업의 대표를 만나봤다.
1989년 작은 공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서 있는 서울 신도림동에 간판이 하나 걸렸다. 공장이라고 해봐야 100㎡에 불과하고 그나마 임차공장이다. 당시 개인회사에서 법인으로 막 전환한 이 회사는 올해로 30주년을 맞는다. 경기 시화산업단지에 있는 대모엔지니어링(회장 이원해·63)이다.
이 회사는 올가을 시화MTV(멀티테크노밸리)로 이전한다. 작년에 착공한 공장이 오는 10월 완공되기 때문이다. 약 300억원이 투자되는 신공장은 부지 1만6500㎡, 연면적 1만4500㎡ 규모다. 기존 공장의 약 5배에 이른다.
대모엔지니어링은 건물을 부수는 크러셔, 철근을 자르는 셰어, 바닥을 다지는 콤팩터, 암반을 뚫는 브레이커, 고철 파지 등을 집어올리는 오렌지그래플 등을 생산하는 업체다. 건설 중장비의 손 또는 팔에 해당하는 ‘어태치먼트(부속장비)’다.
이원해 회장은 “올해는 도약의 기틀을 다지는 해”라며 “수년 안에 매출 1000억원 고지에 올라서고 중장기적으론 건설중장비용 어태치먼트 분야에서 세계 3대 업체로 올라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회사의 도약은 세 가지 방향에서 이뤄지고 있다. 첫째, 글로벌화다.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약 500억원에 달했다. 이 중 수출이 약 75%를 차지한다. 그만큼 해외시장 비중이 크다. 올해는 글로벌 시장 개척을 더 확대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우리는 좁은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주요 전시회와 딜러를 통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주로 참가하는 국제건설장비전시회는 프랑스 파리 인터마트, 중국 상하이전시회, 인도 전시회 등이다. 올해는 3년에 한 번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건설장비전시회인 바우마에도 출품할 계획이다. 이 전시회는 창업 초기 이 회장이 카탈로그만 들고 참가했던 행사다. 당시 부스도 없이 유학생과 함께 전시회장 입구에서 회사를 알리는 전단을 돌리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 벨기에 미국 인도 등지에 있는 해외법인을 활용해 바이어와의 네트워크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우리는 이미 58개국에 66개 딜러를 두고 있으며 수출 국가는 70개국에 이른다”며 “인도의 타타히타치, 미국의 BTI, 한국의 현대건설기계 등이 주요 고객사”라고 덧붙였다.
둘째, 첨단장비를 통한 신시장 개척이다. 이 회장은 “기존 제품의 품질 향상과 더불어 올해 상반기 신제품 ‘스마트 브레이커’의 현장 테스트를 완료하고 하반기부터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건설기계부품연구원과 공동으로 개발한 스마트 브레이커는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브레이커로 암반 특성을 예측하는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이 회장은 “암반 종류에 따라 강한 힘이 필요할 때는 강력한 힘을 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에너지를 절약하는 제품”이라며 “큰 고장을 사전에 감지하는 기능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격에 민감한 개발도상국 시장과 달리 선진국 시장은 성능과 품질로 선택받는 시장이어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셋째, 인력 충원이다. 이 회사는 신공장에 다양한 직원 복리후생 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산업단지를 기피하는 고급 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에만 15명의 인력을 충원한 이 회사는 현재 130여 명 수준인 인력을 앞으로 3년 내 200명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유한공고와 숭실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이 회장은 현장 경험이 40년에 달하는 기술인이다. 공고 시절부터 기계를 만졌다.
유한공고는 고 유일한 박사가 설립한 학교다. 유능한 기술인을 양성하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유 박사를 존경해온 이 회장은 유한공고 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아 동문과 힘을 합쳐 재학생의 해외연수를 지원하고 있기도 하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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