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청정기 등 환경 가전, 3년간 폭발적 인기…올해 경기둔화가 판매 변수

입력 2019-01-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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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 시장 전망
이종욱 < 삼성증권 연구원 >



집에 있는 냉장고는 언제 산 것일까. 쓰고 있는 세탁기를 교체할 생각이 있는가. 10년 뒤의 TV와 현재의 TV는 무엇이 달라질까. 가전은 우리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다. 하루가 다른 정보기술(IT) 시장에서 가전 시장은 가장 변화가 덜한 편이다. 물론 제품 개발자들은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나, 대부분 소비자는 어제의 냉장고와 오늘의 냉장고를 기능과 효용 가치 측면에서 큰 차이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가전 시장은 지난 3년간 큰 변혁기로 접어들었다. 과거 3년보다는 앞으로 3년 동안 더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IT 시장에서 변화는 성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 트렌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소형 가전 시장이 열리고 있다. 약 300조원 시장의 대형 가전 시장에 비해 소형 가전 시장의 규모는 30% 수준에 불과했다. 최근 시장은 소형 가전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전에는 소형 가전이 중소기업의 전유물이었으나 이제는 가전브랜드의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LG전자는 소형 가전 포트폴리오 확장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펼치는 회사 중 하나다. 무선청소기, 공기청정기의 성공에 이어 최근에는 가정용 수제맥주 제조기를 만드는 데 이르렀다.

둘째, 연결성(connectivity)의 큰 흐름이 가전산업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가전제품들을 연결해 허브를 구성하려는 역사는 수십 년에 이르지만, 최근 3년간의 성과가 가장 눈부시다. 데이터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디지털 데이터로 바꿀지다. 이 관점에서 보면 가전제품은 기기와 인간의 가장 긴밀한 접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음성 인식 기술과 인터넷은 가전기기 사용자의 효용을 늘리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국 아마존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알렉사가 성공하면서 가전제품의 연결성에 대한 훌륭한 마케팅 소구점이 생성됐다.

셋째, 제품별 경험에서 사용 공간별 사용자 경험으로 기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예전에는 냉장고의 성능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부엌에서 사람들의 편의를 개선하기 위해선 어떤 기기가 필요할지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전 개발의 포인트가 바뀌었다. 냉장고, 오븐, 가스레인지, 쓰레기 처리기 등 서로 다른 영역이 하나의 부엌가전으로 통합돼간다. 소형 가전과 인터넷은 통합의 촉매다. 의류 스타일링 기기, 건조기, 로봇청소기, 청정기의 성공은 이런 트렌드에 기반한다.

그렇다면 2019년의 가전기기 시장은 긍정적으로 봐야 할까. 최근 몇년과는 다르게 성장의 위협 요소가 적지 않다. 다소 상황이 바뀌었다. 보수적인 관점 속에서 몇몇 기회 요인이 보이는 수준이다.

우선 글로벌 경기와 시장 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전제품의 교체 주기는 글로벌 경기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2~3년간은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의 경기가 좋았고, 가전 시장은 제품 판매가와 출하량이 모두 상승하는 호황을 누렸다.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장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신흥 시장이 하강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해 3분기엔 몇몇 신흥국이 경제위기로 접어들었고, 4분기부터는 중국이 크게 둔화했다. 선진국도 신흥국의 부진을 메울 만큼의 강한 수요를 보이지 못했다. 가전제품 수요, 특히 TV는 주택 가격에 후행한다. 최근 글로벌 주택 가격의 상승 둔화세로 볼 때 가전 시장도 다소 영향받으리라고 예상한다.

국내 가전시장 역시 지난 3년간 큰 호황을 누렸다. 처음 출시했을 때 ‘사치재’로 여겨지던 100만원짜리 무선 청소기 수요는 지난 2년간 2배 늘어났다. 가전 성장의 중심이 기존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의 교체 수요가 아니라 건조기, 스타일기기, 무선청소기, 물걸레 청소기, 공기청정기, 가습기 등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제품군이 가정에 침투하고 있는 단계라 성장기도 길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해마다 성장률이 둔화하는 게 불가피하다. 동시에 판매가격이 높은 건조기 등에서 가격이 낮은 소형 가전으로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가전부문은 2014년부터 수익성이 개선되기 시작해 현재 글로벌 가전업체 대비 월등한 이익 창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 경쟁력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원자재 가격이 안정되고 있다는 점은 위안거리로 꼽힌다.

2018년에는 유가, 레진(합성수지), 철강, IT 회로부품의 가격이 올라 업체의 부담이 작지 않았다. 2018년 하반기 이후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다소 개선되고 있다. 물론 원자재 가격 하락이 수요 둔화 때문인가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 올해가 지나면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jwstar.lee@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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