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이 일자리를 우선으로 챙기겠다고 했지만, 경제계는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모습이다. “정책 기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득주도 성장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경제인식이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탄식이 곳곳에서 나왔다. 문 대통령은 “경제발전국 중에서 한국의 지난해 성장률이 최고 수준”이라고 자평했다. 미국의 작년 성장률이 2.9%로 높게 추정되는 상황이라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고용상황에 대해서도 절박한 인식이 보이지 않았다. 대통령은 “지난해 일자리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고 했다. 취업자 수가 한 해 전의 30%에 그친 처참한 상황을 제대로 담아낸 표현이라고 볼 수 없다. 작년 실업률은 3.8%로 17년 만의 최고를 기록했고, 고용시장의 주축인 40대와 30대 일자리가 각각 12만 개와 6만 개 감소해 심각성을 더한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상용직이 늘고, 저임금 근로자 비중은 줄고, 청년 일자리도 급증했다며 ‘질적 개선’을 말했다. 상용직이 늘었지만, 증가 수는 12년 만의 최저다. 36시간 이상 근무하는 좋은 일자리는 72만 개 줄었고, 36시간 미만 열악한 일자리만 80만 개 늘어났다. 일자리의 질 저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들이다. 청년 일자리 등 몇몇 개선된 수치 역시 세금으로 급조한 공공 아르바이트 등 단기일자리 덕분일 뿐이다. 부인할 수 없는 이런 ‘일자리 재앙’을 직시하지 않고서는 어떤 해법도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해법은 속도감 있는 규제 개혁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제 발표한 ‘공유경제 규제완화 방안’은 지지부진한 이 정부의 규제개혁 실상을 또다시 드러냈다. 도심 공유숙박에 내국인 영업을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지만, 공유경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우버’ ‘카풀’은 누락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 주목받은 한국 스타트업의 상당수가 “첩첩규제 탓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해외로 나왔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이익집단에 대한 설득 노력 없이 시간만 끌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기업들의 손발을 꽁꽁 묶는 추가 규제입법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저임금제 주52시간제는 물론이고 상법·공정거래법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정부의 월권적인 지배구조 간섭에 대응하느라 투자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고 호소한다. 대통령이 인정한 대로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그렇다면 현장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정책에 담아내는 게 우선이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은 그제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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