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규제개혁에서 경쟁국들에 뒤처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신산업을 통째로 가로막고 있는 ‘암반규제’들을 얼마나 속도감 있게 없애느냐가 중요하다. 정부가 상대적으로 쉬운 규제들만 골라 샌드박스 성과로 삼으려 한다면 이 제도의 실효성은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은 지금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앞다퉈 하고 있는 혁신 실험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다. 승차공유 서비스는 말할 것도 없고 투자개방형 병원, 원격의료 등이 다 그렇다. 그런데 샌드박스 적용을 앞두고 정부 내에서는 승차공유, 투자개방형 병원, 원격의료 등 시민단체와 이익단체 등의 강한 반발이 예상되는 규제들을 후순위로 미루려는 조짐이 엿보인다. 출발 단계에서부터 샌드박스에 어떤 성역도 있을 수 없다는 원칙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신산업 제품이나 서비스가 샌드박스로 규제 면제를 적용받더라도 어디까지나 제한된 기간의 ‘임시적 조치’에 불과하다. 규제특례심의위원회가 샌드박스 신청을 받아들이면 그 효력은 2년이고 1회에 한해 2년 연장할 수 있다. “답답한 마음에 샌드박스 문을 두드리기는 하겠지만 어떻게 2~4년만 내다보고 투자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기업인이 많다. 샌드박스 이후의 불확실성 해소가 절실한 이유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규제 하나를 신설하면 기존 규제 두 개를 없애는 ‘규제비용총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동남아 국가들에도 뒤처진 혁신 실험을 만회하고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규제 샌드박스를 뛰어넘는 대담한 규제개혁 정책이 나와야 한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