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최근 교육부가 조사한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직업에 유튜버가 5위를 차지했다. 장래희망 10권 안에 유튜버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NS에서 수백만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플루언서의 영향력과 경제적 가치 역시 인기 스타 못지않다. 인기 유튜버와 인플루언서의 팬덤은 아이돌에 버금간다. 이들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입덕'을 부르는 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보라색 케이크, 크리스마스 트리 쿠키, 황금돼지 초콜렛…아리키친에서 소개한 '아이디어 통통' 디저트들이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눈이 즐거운 베이킹 비법을 소개하면서 2015년 3월 유튜브에서 처음 채널이 개설한 이후 누적 조회수 2억뷰를 돌파, 구독자수 111만 명을 달성했다.
'아리키친' 영상은 크리에이터 아리 씨(본명 김아리), 남자친구이자 아리키친, 아리카롱 대표인 노강민 씨, 아리 씨의 남동생까지 총 세 사람이 합심해 만들고 있다. 인터뷰 장소는 '아리키친' 영상의 촬영이 이뤄지는 아리 씨 자택 '거실'. 인터뷰 후 있을 촬영을 위해 노강민 대표도 함께자리했다. 더 쉬운 레시피를 보여주기 위해 빼곡하게 들어선 조명 장비, 카메라 장치에 노강민 대표는 "방송을 위해 거실을 포기했다"며 웃었다. '아리키친' 신스틸'묘' 머랭과 카메라 밖에서만 활발한 쿠키의 관심을 받으며 아리 씨에게 지난 4년의 이야기를 들었다.
▲ 공대를 나왔다고 하던데 어떻게 베이킹 콘텐츠를 만들게 된 건가요?
베이킹이 취미였는데, 빵이나 쿠키가 아닌 프로틴볼 같은 건강 간식을 주로 만들었어요. 저는 좋아서 많이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했는데, '이런걸 왜 먹어?' 이런 반응을 보이더라고요.(웃음) 그래서 '모두를 만족할 수 있는 디저트를 만들자'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아기자기하게 만들어서 페이스북에 소소하게 올리고, 사람들이 공유해주면 좋아하는 정도 였는데 오빠(노강민 대표)가 '유튜브를 해보자'고 제안을 하더라고요.
▲ 동영상 제작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나요?
전 전공을 살려 IT 쪽에서 일했고, 남자친구는 DJ였어요. 단순히 '우리만의 일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고, 남동생이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제가 끌어들여서 같이하게 됐죠. 어떻게 편집해야하는지도 몰라서 책을 찾아보면서 했어요. 맨 땅에 헤딩이었죠. 그래서 초반부 영상은 저희도 부끄러워서 못 봐요.
▲ 작업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먼저 어떤 걸 만들지 정하고, 그에 맞는 재료를 구비하고 연습을 해봐요. 그 후에 촬영을 하는데, 보통 10시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치우고, 다시 찍고, 연습 때 잘 되다가 촬영할 때 실패할 때도 있고요. 길게 찍은 건 3일까지 걸린 적도 있습니다. 촬영분을 6시간 정도 분량으로 제가 가편집을 하면, 남동생이 그 후에 자막도 넣고 추가 편집을 해요. 마지막으로 남자친구가 음악을 넣고 최종 감수해서 10분 분량의 최종 영상이 완성되죠.
▲ 만 4년 만에 폭풍성장을 했어요. 비법이 무엇이었을까요?
구독자수가 50만, 60만 정도 됐을 때 '더 열심히 해봐야겠다' 이래서 일주일에 영상을 2개씩 올렸어요. 영상 1개 작업하는데도 3, 4일은 꼬박 걸리는데 2편을 하려니 잠 잘 시간도 없었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힘든 줄도 모르게 작업했습니다.
▲ 방송에서 '아이디어 통통'이라고 하는데, 정말 아이디어가 넘쳐나는 것 같아요.
기획을 할 때부터 시청자들의 신청하는 부분을 눈여겨 봐요. 요즘 어떤 것들이 유행인지 포털사이트나 SNS도 많이 보고요. 책도 보고, 영상도 찾아보고, 초반엔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지금은 그런 것들이 쌓여서 융화돼 새로운 것들이 계속 나오는 것 같아요.
▲ 베이킹 실력이 수준급이에요.
제 스스로 지독하다고 할 만한 부분이 있어요. 안되는 건데 끝까지 해 내려고 아등바등 하거든요. 보는 사람들도 '안쓰럽다'고 할 정도에요. 그런데 그렇게 붙잡고 있으니까 언젠간 되더라고요. 베이킹을 할 때에도 실패할 때도 있는데, 그 실패의 경험을 통해 더 쉽고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고요.
▲ 크리에이터라는 분야가 빠르게 성장했고,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경쟁도 치열해졌는데요.
요즘 포화상태 같아요. 정말 많은 분들이 들어오시고, 능력 좋은 분들도 많아요. 그래서 2차적인 무언가를 생각하게 됐어요. 아리카롱을 론칭한 것도 그래서였고, 팬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매장도 올해 안에 오픈할 예정이에요.
▲ 아리키친만의 콘텐츠 차별화 요소는 무엇일까요?
개성이 아닐까요? 저는 손재주가 좋은 편이었고, 음악했던 사람과 디자인 했던 사람이 뭉쳤잖아요. 각자 잘하는 분야가 뚜렷해서 그게 영상에서도 장점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아이템 선정도 독창적인 것들을 소개하고 싶어요. 어떻게 다른 식으로 더 예쁘게 꾸밀 수 있을까, 쉽게 만들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을 고민해요.
▲ '브이로그'같은 일상 공개 영상도 있고, 고양이들 영상도 인기가 많더라고요.
시청자들이 원하셔서 공개하게 됐어요. 일상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고양이 영상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도 고마운 거니까요. 전 댓글도 다 읽어보는 편인데, 손을 다쳐서 밴드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왜 베었냐, 조심해라' 그렇게 세심하게 걱정해주는 분들도 계세요. 뼛속까지 챙겨주는 분들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아요.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요.
▲ 온라인 외에 오프라인에서는 어떤가요? 실제로 알아보는 분들도 있나요?
시작한지 1년 정도 됐을 때, 화장도 하지 않고 버스정류장에 서 있는데 한 초등학생이 알아보더라고요. 저를 뻔히 쳐다보다가 "아리키친님 아니세요?"라고 물었는데, 너무 당황해서 "아닌데요"라고 했던 게 지금도 너무 미안하게 생각돼요. 지금도 힐끗힐끗 쳐다보는 분들은 계세요. 일행에게 "아리키친 아니야?" 속삭이시는데 다 들리더라고요.(웃음) 그럴 땐 살짝 민망해요. 그냥 다가와 주세요.
▲ 크리에이터로서 다음 목표는 무엇인가요?
유명해도 조용히 유명해지고 싶어요. TV에도 나오고, 모든 사람들이 알아보는 그런 대스타가 아니라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친목을 다지고 싶어요.
덧. '아리키친'은...
CJ ENM 다이아 티비 파트너 크리에이터 아리 씨가 운영하는 베이킹 유튜브 채널. 형형 색색의 마카롱 뿐 아니라 화려한 디자인의 케이크,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캐릭터 쿠키 등을 만드는 법을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얻었다. 올해 10월엔 구독자 100만 달성시 주는 골드 버튼을 수상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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