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상품에 쏠리는 돈…신용위험 또다른 뇌관

입력 2019-01-13 17:22  

기관들, 회사채 3년물 집중투자
MMF 설정액도 올들어 급증세
기업 장기자금 조달 힘들어질수도



[ 김진성 기자 ] 투자자 자금이 단기 상품에 쏠리면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경기 불안에 따른 기업 신용악화 우려 탓이다. 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은 기업 현금흐름을 불안하게 해 신용위험을 키우는 또 다른 뇌관이 될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7일 KT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 때 단기물에 많은 주문을 냈다. 전체 주문금액 1조4600억원 가운데 8000억원이 3년물에 몰렸다. 15일 올해 첫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인 KT는 3년과 5년, 10년, 20년 등 네 가지 만기로 모두 3000억원을 모집했다. 수요가 몰린 3년물(6.7 대 1) 5년물(4.1 대 1)과 달리 장기물인 10년물(3.7 대 1)과 20년물(2.7 대 1)의 청약경쟁률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 회사가 작년 1월 채권을 찍을 때와는 다소 달라진 분위기다. 당시 10년물과 20년물 경쟁률은 각각 4.1 대 1, 3 대 1이었다.

CJ제일제당이 지난 8일 6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3, 5, 7, 10년물로 나눠 시행한 수요예측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총 1조4800억원의 매수주문 중 1조1300억원이 3년물(6500억원)과 5년물(4800억원)에 집중됐다. 청약경쟁률은 각각 3.25 대 1과 2.4 대 1을 나타냈다. 반면 7년물(1.6 대 1)과 10년물(1.9 대 1) 경쟁률은 2 대 1을 밑돌았다.

대표적 단기 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 규모도 다시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91조2779억원까지 감소했던 MMF 설정액은 이달 10일 116조767억원까지 늘었다. MMF 설정액은 경기 불확실성이 클 때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투자자가 단기 상품에 몰리는 것은 경기지표가 악화되고 기업 실적 전망치마저 하향 조정되는 등 경기 비관론이 증폭되면서 장기투자에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금 시장이 단기화하면서 기업들의 차입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회사채보다 만기가 짧은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점점 늘고 있다. 지난 11일 현재 국내 기업의 CP 발행잔액은 53조7078억원, 전자단기사채 발행잔액은 23조4965억원으로 작년 1월 말 대비 각각 9.5%, 29.6% 증가했다.

경기침체 전망으로 장기금리가 크게 내려갔지만 실제 투자자를 모으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게 기업 재무 담당자들의 전언이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0일 기준 연 1.992%로 지난해 5월 초(연 2.751%) 대비 0.759%포인트 떨어졌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의 격차는 0.1%포인트대까지 좁혀졌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굳이 더 큰 위험 부담을 안고 장기로 투자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면 기업들이 필요한 만큼의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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