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미래 기업 경쟁력은 AI와의 협업서 나온다

입력 2019-01-14 17:21  

'패션계의 넷플릭스' 스티치픽스처럼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AI 알고리즘에
인간의 창의성 접목하는 역량이 중요

김경준 <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



다양한 산업마다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혁신의 아이콘들이 등장해 질서를 변화시킨다. 패션산업에서는 1980년대부터 정보화 혁명을 활용한 자라, 유니클로, H&M 등 패스트 패션이 떠오르면서 시장 판도를 변화시켰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이 핵심 역량인 혁신 기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기업이 자산의 집합이라면 디지털 시대에는 알고리즘의 집합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전형적 사례다.

스티치픽스(STICH FIX)는 2011년 개인맞춤형 의류 추천을 사업모델로 창업했다. 회원으로 가입한 고객들이 선호하는 스타일, 사이즈, 예산 등을 입력하고 20달러를 내면 집으로 다섯 가지 의류와 장신구를 배달한다. 고객은 포장을 개봉해 마음에 드는 아이템을 구매하고 나머지는 반송한다.

배송될 품목을 모르는 상황에서 추천비 선불, 택배 수령과 반품하는 불확실성 및 불편함을 고객이 감수하는 이유는 놀랍도록 마음에 드는 옷을 저렴한 가격에 보내주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 쇼핑은 물론 온라인 사이트에서 패션아이템의 이미지를 직접 보며 구매하는 것보다도 고객 만족도가 높기에 사업모델이 성립한다. 극심한 경쟁의 레드오션 업종에서 창업 6년 만인 2017년 매출 9억8000만달러로 성장했고 2018년에는 매출 12억3000만달러, 순이익 4500만달러에 고객 270만 명을 확보했다.

스티치픽스의 별명은 ‘패션계의 넷플릭스’다. 홈비디오 시장이 오프라인 대여에서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넘어가면서 급부상한 넷플릭스의 성공 요인은 시청자의 선호도 데이터에 기반한 추천 알고리즘이었다. 스티치픽스는 넷플릭스의 핵심인력 에릭 콜슨을 2012년 영입해 정교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다만 넷플릭스는 철저히 기계적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데 비해 스티치픽스는 인공지능이 선별한 후보군에서 패션디자이너가 최종 판단한다는 차이가 있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숙련된 인간의 감각으로 보완하는 협력구조다.

인간과 기계의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참고할 수 있는 고전적 사례가 있다. 1997년 세계 체스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IBM의 컴퓨터인 ‘딥블루’에 패했다. 체스의 인기가 낮아지면서 흥행을 위해 2005년에는 인간과 기계가 팀을 이루는 프리스타일 방식이 도입됐다. 참가하는 인간들은 각자 선택한 컴퓨터와 팀을 이뤄 대결했다. 예상을 뒤엎은 최종 우승자는 세 대의 가정용 컴퓨터를 이용한 미국의 아마추어 선수들이었다.

고성능 컴퓨터를 사용한 최정상급 프로기사들이 패배한 이변의 원인은 인간과 기계가 협력하는 방식의 차이였다. 데이터를 분석하는 컴퓨터의 전술적 예리함과 창의적인 인간의 전략적 방향성이 상승효과를 만드는 협력구조가 핵심이었다. 카스파로프는 이런 시너지 효과를 “컴퓨터는 모든 수에 대한 가능한 결과와 상대방의 응수를 탐색하고, 인간은 전술적 계산에 시간을 소모하는 대신 전략적 차원의 생각에 몰두할 수 있었다. 이런 조건 아래서는 인간의 창의력이 가장 중요했다”고 표현했다.

디지털 시대의 기업들에 인공지능이 미래의 트렌드에서 현재 당면과제로 급속히 변화하면서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을 활용한 경쟁력 제고가 시급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존 경쟁자들이 시장 판도를 바꾸고 새로운 경쟁자도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런 추세는 업종을 불문하고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이런 측면에서 ‘좋은 사람과 좋은 알고리즘의 결합’으로 성공한 스티치픽스의 사례는 향후 전개될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구조와 관련해 시사점이 크다. 미래에는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인간의 창의성을 접목시키는 조직적 역량이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 기업의 경쟁력은 기계가 인간처럼 행동하도록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인간을 기계처럼 훈련시키는 것도 아닌, 인간과 기계의 효과적인 협력구조에서 만들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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