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손상으로 보험금 10억 챙긴 뒤 두달만에 車사고…사기 혐의자 18명 적발

입력 2019-01-16 14:21  


# 크레인 적재함에서 추락한 A씨는 척추손상 관련 허위·과다 장해진단으로 보험사 7곳으로부터 보험금 10억1000만원을 챙겼다. 병원에서 '척수손상 및 요추 1번 골절' 진단을 받아 음식물 섭취, 배변·배뇨, 목욕, 옷 입고 벗기 등 5가지 일상생활 기본동작(ADL's)이 어려운 'ADL's 55%'와 '양측 하지마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평생토록 타인의 수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항상간호'를 받아야 할 수준의 장해지급률 100%에 속해 거액의 보험금이 나왔다.

그러나 장해진단을 받은 후 2개월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전을 시작한 A 씨는 4회의 교통사고를 내고 1900만원의 보험금을 추가로 받았다. 금감원은 이 같은 허위·과다 장해진단 관련 보험사기 혐의자에 대해 기획조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은 허위·과다 장해진단으로 고도장해 보험금을 수령하는 보험사기 사례를 적발해 관련 혐의자 18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16일 밝혔다.

금감원은 2013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허위·과다 진단으로 장해등급 1~2급이나 장해지급률 80% 이상인 고도장해 판정을 받아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사례 61건을 적발했다. 혐의자 18명은 총 보험금 56억7000만원을 챙겼다. 혐의자 1인당 평균 3.4건의 보험계약으로 평균 3억4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집계됐다.

혐의자들은 교통사고, 상해, 질병으로 하지마비, 치매, 실명 등 장해진단을 받고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비(6명·보험금 19억7000만원) 및 척추장해(5명·보험금 19억5000만원)의 비중이 절반 이상(인원 61.1%·금액 69.1%)을 차지했다. 이는 마비와 척추장해의 보험금 지급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과 장해 평가시점, 의학적 소견 등에 따라 장해정도가 달라지는 점을 노렸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허위·과다 장해 관련 보험사기는 보험사의 손해사정 과정에서 사기 여부를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사기 혐의자가 사전에 의사와 공모하거나 브로커가 개입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위·과다 장해진단서로 보험금을 편취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점을 금감원은 강조했다.

금감원은 "보험사기 혐의자 중 40~50대 남성의 비중이 높았는데, 이는 해당 연령대 남성의 사회 활동이 활발해 사고위험성이 높은데 기인했다"며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보험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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