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인에게 많은 3차 신경통처럼
뇌혈관이 신경에 붙어 증상 발생
안검경련과 착각 마그네슘 먹기도
협진시스템 잘 갖춰진 곳 찾아야
[ 이지현 기자 ]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통증 중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3차 신경통과 한쪽 얼굴에 경련을 호소하는 안면경련은 원인이 비슷한 질환입니다. 뇌혈관이 신경을 건드려 나타나는 증상이죠. 얼굴이 앞뒤로 긴 서양인 중에는 3차 신경통 환자가 더 많고 얼굴이 양옆으로 긴 한국 등 아시아인 중에는 안면경련 환자가 많습니다.”
박봉진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사진)는 “3차 신경통과 안면경련은 약물 치료나 미세혈관 감압수술 등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며 “의료기관을 찾아 증상이 왜 생겼는지 명확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뇌 신경 질환을 수술로 치료하는 신경외과 의사다. 뇌종양 환자 치료도 많이 한다.
그가 근무하는 경희대병원 뇌신경센터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미세혈관 감압수술을 3500건 넘게 시행했다. 국내에서 이 수술을 3500건 이상 한 의료기관은 경희대병원을 포함해 두 곳 정도다. 국제학술지인 신경외과학술지에 수술 결과도 실렸다. 수술 결과를 담은 논문으로 올해 대만에서 열린 아시아-오세아니아 두개저외과학회에서 학술상도 받았다. 미세혈관 감압수술을 2000건 넘게 한 박 교수가 센터를 이끌고 있다. 미세혈관 감압수술은 뇌혈관에 들러붙은 신경을 떼어내는 수술이다. 박 교수를 통해 3차 신경통과 안면경련, 미세혈관 감압수술에 대해 알아봤다.
▷3차 신경통과 안면경련은 왜 생기나.
“나이가 들면 퇴행성 변화로 뇌 속 혈관이 처져 신경에 들러붙는다. 혈관 박동이 신경을 자극하면 과흥분 상태가 된다. 이 때문에 다양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12개의 신경 중 혈관이 5번 신경을 건드려 손상되면 3차 신경통이 생긴다. 7번 신경에 문제가 생기면 한쪽 안면경련으로 이어진다. 이 신경이 마비돼 생기는 게 구안와사다. 서양에서는 미세혈관 감압수술을 받는 환자 상당수가 3차 신경통 환자다. 한국 일본 중국 등은 95%가 안면경련 환자다. 국내에서 미세혈관 감압수술을 받는 환자는 한 해 1400명 정도다.”
▷질환으로 생각하는 환자가 많지 않을 것 같다.
“얼굴 피부가 미세하게 떨리면 마그네슘을 섭취하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마그네슘을 섭취해야 하는 안검경련과 안면경련은 다르다. 한의원에서 침을 맞는 환자도 많다. 한의원을 찾았다가 한의사에게 수술을 권유받아 병원을 찾는 환자도 있다.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저절로 사라지진 않는다. 주기적으로 경련이 있으면 눈을 제대로 못 뜨기도 한다. 외관상 문제 때문에 외부 활동을 기피하고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통증이 있거나 안면경련이 심하더라도 환자 본인이 괜찮다고 생각하면 수술할 필요는 없다. 만약 신경이 쓰여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정도면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환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
▷수술로만 치료하나.
“3차 신경통은 신경 문제 말고 다른 질환 때문에 생길 가능성도 있다. 약을 써보고 안 되면 고주파 치료, 알코올 주입 시술, 풍선 압박 치료 등 피부를 통한 시술을 한다. 이 같은 방법도 듣지 않으면 수술을 한다. 안면경련은 보툴리눔 톡신 치료를 한다. 다만 3~6개월 정도만 효과가 있어 주기적으로 보툴리눔 톡신을 맞아야 한다. 이 때문에 3차 신경통보다는 안면경련으로 수술받는 환자가 많다. 표준치료법은 수술이다.”
▷뇌 수술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재수술은 조금 까다롭지만 첫 수술은 그렇지 않다. 뒤통수 쪽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로 두개골을 연 뒤 신경과 혈관 사이에 쿠션을 넣는 방법이다. 뇌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하는 의사의 숙련도가 상당히 중요하다. 수술 부위에 작은 혈관이 모여 있는 환자도 있는데 이는 뇌를 열어야 알 수 있다. 국내에서는 우리 병원을 포함해 세 개 병원으로 환자가 몰린다. 신경과에서 신경기능검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영상의학과에서 검사도 잘해야 한다. 이 때문에 여러 과 의료진이 모여 진료하는 협진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을 찾는 게 좋다.”
▷수술 성공률은 어느 정도인가.
“미국 등에서 안면경련 수술 성공률이 85%로 알려졌는데 국내는 95% 정도다. 수술 후 쿠션이 자리잡기 전 머리를 심하게 움직이거나 기침하면 빠질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고정할 수 있는 의료용 접착제를 살짝 뿌려둔다. 평균적으로 수술 환자의 3%는 청력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다. 수술 전 충분히 상담받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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