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의료인들 간이 아닌 모든 원격의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약품 택배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이러니 네이버처럼 온라인으로 환자의 일상 생활을 파악해 최적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해외로 나가는 것 말고 다른 방도가 없다. 특히 일본은 2015년 원격의료를 전면 시행하면서 원격조제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어, 규제가 언제 풀릴지 기약조차 없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환경이다.
답답한 것은 여전히 원격의료, 원격조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의사협회, 약사회 등 이익단체와 의료 공공성을 내건 시민단체, 그리고 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정부와 정치권이다. 규제만 일찍 풀었다면 한국이 세계 최초가 될 수 있었던 서비스들이다. 네이버가 일본 소니가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손잡고 국내에서 다양한 원격의료 비즈니스 모델을 쏟아냈을 것은 물론이고, 정부가 기대하는 투자와 일자리도 따라왔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산업정책이 없다고 했지만 이런 게 기업들이 바라는 산업정책일 것이다.
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건 원격의료만이 아니다. 승차공유 등 신산업은 다 비슷한 처지다.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할 것 없이 줄줄이 떠나면서 한국은 혁신 실험에서 동남아에조차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정도가 아니라 더 과감한 규제개혁이 절실하다. 이를 통해 국내에서 대기업과 벤처기업·스타트업 간 합작회사 설립이나 인수합병, 업종 간 경계를 뛰어넘는 기업 간 협력 등을 활성화해야만 신산업 창출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기업들의 ‘탈(脫)한국’이 이어지면 미래가 없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