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커지는 '노딜 브렉시트' 위협…"제2 유럽 재정위기 올 수도"

입력 2019-01-16 18:22   수정 2019-04-16 00:00

영국,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

메이 총리 리더십 '흔들'
하원, 브렉시트 합의안…230표 압도적 差로 부결시켜
메이 "합의안 지지해야 노딜 안돼"

"21일까지 플랜B 마련"
별도 협정으로 EU와 협력…비회원국 노르웨이 모델 부상
브렉시트 연기·재협상 방안도



[ 이현일 기자 ]
테리사 메이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가 부결되면서 영국은 다시 혼란에 빠졌다. 오는 3월29일로 예정된 영국과 EU의 결별 시한이 다가오면서 아무런 경과 규정 없이 영국이 EU에서 떨어져 나가는 이른바 ‘노딜(no deal)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메이 총리를 비롯한 행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이 제출되면서 정치 리더십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영국 언론과 정치권 안팎에선 메이 총리의 실각과 노딜 브렉시트, 브렉시트 연기와 조기 총선 혹은 제2 국민투표 등 수십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고 있다. 어느 경우든 극심한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딜 브렉시트 땐 2012년 유럽 재정위기에 버금가는 충격이 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메이 총리는 합의안이 부결된 다음날인 16일(현지시간) 하원에서 “3월29일 EU를 떠나는 게 정부 방침”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의회가 노딜 브렉시트를 바라지 않는다면 합의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몰린 메이 총리

영국 하원은 15일 브렉시트 합의안을 찬성 202표, 반대 432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시켰다. 정부 제출 의안으로는 영국 의정 사상 가장 큰 표 차이의 부결이다. 찬성표는 보수당 196표, 노동당 3표, 무소속 3표였다.

반대 432표 중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의 반대표가 118표나 나와 메이 총리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받았다. 브렉시트 후에도 유럽 관세동맹에 잔류하는 등 일정한 ‘과도기’를 갖자고 한 메이 총리에게 맞서 즉각적이고 전면적인 EU 탈퇴를 주장하는 강경파가 반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제1 야당인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표결 결과에 대해 “메이 총리의 패배는 재앙과 같다”며 예고한 대로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했다.


정부, 재협상 위해 안간힘

메이 총리는 합의안 부결 직후 “향후 불확실성을 막기 위한 ‘플랜B’를 21일까지 내놓겠다”고 말했다. 플랜B로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별도 자유무역협정(EFTA)으로 EU와 협력하고 있는 노르웨이 모델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플랜B에 대한 하원 표결은 이르면 다음주, 늦어도 다음달까지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강경 브렉시트파의 반발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EFTA 회원국들과 EU가 영국의 가입을 받아줄지도 미지수다.

두 번째 시나리오로 거론되는 것은 영국 정부가 EU와 재협상에 나서는 것이다. 이 경우 영국 정부는 북아일랜드 국경 혼란을 막기 위해 백스톱(안전장치) 조항 수정을 시도할 전망이다.

하지만 브렉시트 시한인 3월29일까지 재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재협상은 없다고 선언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해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국들을 설득해야 한다. EU는 7월까지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할 수 있지만 이는 영국을 뺀 27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해야 가능하다고 밝혔다.

노딜 브렉시트와 국민투표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과 EU는 별도 합의가 없다면 오는 3월29일에 결별하기로 돼 있다. 메이 총리의 플랜B가 하원의 동의를 얻지 못하거나, EU와의 재협상이 결렬되면 노딜 브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다. 미셸 바르니에 브렉시트협상 EU 수석대표는 16일 “노딜 브렉시트의 위험이 오늘보다 높았던 적이 없다”고 우려했다.

노동당 등 야당이 주장하는 2차 국민투표가 성사돼 영국이 EU 탈퇴를 취소할 가능성도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BMG리서치가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영국 국민은 합의안 부결 뒤 브렉시트 논란을 해결할 방안으로 국민투표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한 차례 국민투표로 결정한 내용을 뒤집는 데 따르는 정치적 부담이다. 이 때문에 메이 총리도 “제2 국민투표는 없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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