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은 풀뿌리 국민산업입니다. 특정한 자본과 기업이 아니라 연구소 병원 제약사 등 국내 각층이 총집합해 일궈냈습니다. 현재 제약산업의 연구개발 잠재력은 폭발 직전입니다. 조금만 자극해도 폭발할 것이고, 뇌관은 정부의 국가주력산업 선언이 될 겁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17일 서울 방배동 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부 창출의 확실한 대안인 제약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회장은 "철강과 조선도 정부의 지원 없이는 성장이 불가능했다"며 "대통령께서 제약을 국가주력산업으로 선언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돈과 사람이 모이게 돼 있다"고 말했다.
국가 지도자, 정부의 의지가 담기는 것만으로도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많은 문제들이 해결된다는 설명이다. 베트남 의약품 입찰등급 개정 문제를 사례로 들었다. 지난해 베트남 보건부는 한국 의약품의 입찰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6등급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했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 순방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식약처도 베트남 정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2등급 유지를 이끌어냈다.
원 회장은 "한국 경제를 지탱해온 주력 산업들의 수출 부진과 한계 봉착 등으로 차기 성장엔진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제약은 자원빈국이자 인재강국인 우리나라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제약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18년 미래형 신산업 중의 하나로 제약산업 지원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하는 등 육성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제약산업계의 연구개발 투자 대비 정부 지원은 8%대에 불과하다. 미국은 37%, 일본은 19%다.
벨기에와 스위스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제약강국이 됐다. 인구 1100만명의 벨기에는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40%를 제약 부분에 투자했다. 그 결과 내수 시장 14조원의 4배에 가까운 52조원대 의약품 수출을 기록하고 있다. 인구 800만명의 스위스도 연간 1000개의 산학협력 연구에 연구비용의 50%를 지원한다.
원 회장은 "그간 정부는 제약산업에 대해 사회보험하에서의 가격통제 등 사회적 의무를 주로 요구했다"며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현실에서는 제약산업은 국가주력산업이라는 선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민간과 정부가 협력을 넘어서 협치의 단계로 가야 한다"며 "협회는 협치로 가는 판을 만들 것"이라고 전했다.
한민수 한경닷컴 기자 hm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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