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송전탑에 막힌 30兆 반도체 공장

입력 2019-01-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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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한국서 기업하기 참 힘든 이유

● 기업 볼모로 삼는 지역 이기주의
● 얽히고설킨 투자 규제




[ 고재연 기자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한국전력이 2014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이 5년째 표류하고 있다.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경기 안성시 원곡면 주민들이 송전탑 건설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안성시와 한국전력 등에 따르면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 논의가 주민들의 반대로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1월 김학용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경기 안성)의 제안으로 갈등조정위원회를 구성한 뒤 28차례 회의를 거쳐 11월 최종 조정안을 내놨지만 주민들이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준건 갈등조정위원장은 지난해 말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주민들로 구성된 원곡면송전선로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해 말 안성시장 사무실 점거를 시도한 데 이어 오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송전탑 건설 반대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공장 투자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은 향후 증설을 고려해 반도체 라인 4개를 깔 수 있는 축구장 400개 크기(289만㎡)로 설계됐다. 1라인이 2017년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착공한 2라인은 2020년께 가동할 전망이다. 반도체 생산라인 1개를 짓는 데는 30조원가량이 투입된다.

한전은 북당진~고덕 송전선로와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을 통해 고덕산업단지에 2000㎿의 전력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었다. 현재는 송전선로 건설이 잇달아 지연되면서 전력 공급량이 600㎿에 불과하다. 24시간 가동하는 반도체공장은 전력 공급이 잠깐이라도 중단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지는 만큼 예비 전력 확보가 필수적이다. 2라인 완공 후에는 전력 운용이 빠듯해질 수밖에 없다. 재계 관계자는 “지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데다 각종 규제 탓에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2라인 건설로 기대했던 44만 개의 직·간접 고용 창출 효과가 사라질 판”이라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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