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결혼을 앞둔 30대 초반 여성 A씨는 양가 부모님 허락 하에 결혼식을 올리기 전까지 함께 살기로 하고 최근 한 아파트로 이사를 마쳤다. 그러다 어느 날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내려가다 엘리베이터에서 같은 동에 사는 아주머니를 만나게 됐다.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동안 아무 말도 없던 아주머니는 문이 열리자 갑자기 침묵을 깨고 대뜸 A씨에게 집값을 물었다.
"이 아파트에 새로 이사 왔나 봐요. 전세? 매매?"
인사도 없이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에게 집값이 얼마냐는 질문을 받자 A씨는 황당함을 느꼈다. 그러다가 "신혼이라 전세로 들어왔어요"라고 말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려는데 아주머니는 A씨를 계속 따라오면서 "집주인하고 어떻게 되는 사이냐", "대출을 받고 온 것이냐", "전에는 어디에 살았느냐"라며 계속 질문을 던졌다.
A씨는 자신이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왜 이런 질문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던 A씨는 "남편이 계약을 진행해서 아는 게 없다"고 얼버무리고 집으로 올라왔다.
하지만 A씨에게 집값을 묻는 사람은 또 있었다. 며칠 후 A씨는 아침 출근길에 바로 앞집 아주머니와 마주쳤다. 그런데 또 집값이 얼마인지, 계약 형태는 어떻게 되는지 등 꼬치꼬치 캐묻는 질문을 받았다. 출근길이라 정신도 없는데 여유롭게 이것저것 묻는 아주머니를 만나자 A씨는 약간 짜증이 났다.
퇴근 이후 집에 돌아온 A씨가 남편에게 아파트 단지에 집값을 묻는 사람들이 많다고 이야기하자 남편도 맞장구를 치며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두 사람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A씨는 아파트 주민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안면도 없는 사람에게 집값을 물어보는 심리가 궁금했다. A씨 기준으로는 그런 행위들이 실례였기 때문이다. A씨는 이런 사연을 한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비슷한 경험이 있는지, 그럴 때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조언을 구했다.
이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나도 비슷한 경우 있다. 이사하고 일주일 만에 마주친 다른 층 할머니가 대뜸 매매인지, 전세인지 물었다. 정말 황당했다", "단지 내에서 마주친 아줌마가 몇 동에 살고 있냐고 묻길래 대답한 적 있다. 그랬더니 제일 넓은 평수 산다며 부자라고 소문을 내더라", "포털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 조회하라고 하면 된다", "가까운 사이도 아닌데 그런 걸 묻는 사람들이 무례한 거다. 질문 한 번 받아주면 나중에는 밑도 끝도 없이 가르치려고 한다", "집값 시세 때문에 그러는 거다. 주민들끼리 마주치면 인사하고 시세 정도는 물어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는 순간 경제력이 티가 나니까 불쾌한 건 맞다. 그래도 나중에 이사 갈 때 되면 궁금해질 수도 있기 때문에 잘 대화하면 될 것 같다"라며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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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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