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은행·카드·증권 등 금융권 전 업권에서 희망퇴직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최대 실적을 거운 은행권에서는 후한 희망퇴직 조건을 제시하며 5대 은행에서만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짐을 꾸리게 됐다. 은행들은 올해 경영 여건 악화를 고려해 선제적인 인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
연초 실시한 금융권 희망퇴직 중 신청 인원이 가장 많은 곳은 총 600여 명이 신청한 KB국민은행이다. 희망퇴직 대상자 3명 중 1명꼴이고, 지난해 임금피크제 희망퇴직(407명) 규모의 1.5배 수준이다. 은행 측이 최대 39개월치 월급을 특별퇴직금으로 주기로 결정하면서 퇴직 신청 인원이 많았다는 평가다.
올해 KB국민은행 노사가 합의한 희망퇴직 대상자는 임금피크로 이미 전환한 직원과 1966년 이전 출생 부점장급, 1965년 이전 출생 팀장·팀원급 직원이다. 1966년 이전 출생 부점장급이 새로 포함되면서 대상자가 기존 1800여 명에서 2100여 명으로 확대됐다. 특별퇴직금은 지난해 최대 36개월치 월급보다 3개월분 많아졌다. 직위와 나이에 따라 최소 21개월, 최대 39개월치의 특별퇴직금이 지급된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3억~4억원에 달한다.
KEB하나은행도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준정년 특별퇴직 대상자 신청을 받은 결과, 210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퇴직 대상자인 33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신청한 것이다. 특별퇴직자로 선정되면 출생월에 따라 최소 31개월, 최대 36개월치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받게 된다.
앞서 희망퇴직을 접수한 신한은행에서는 230여 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퇴직금으로 최대 36개월치 월급을 받는 조건이었다. 자녀 대학 학자금 최대 2800만원, 전직·창업 지원금 1000만원도 지원한다.
지난달 임금피크제 진입 직원에게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우리은행은 대상자 500명 중 80%가 넘는 400여명이 신청했다. 민영화와 함께 특별퇴직금이 최대 월평균 임금의 36개월치로 오르면서 신청자 비율이 뛰었다는 후문이다. 같은달 희망신청을 받은 농협은행에서는 만 40세 이상 직원과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610명이 신청해 597명이 회사를 떠났다.
보험업계에서는 지난달 미래에셋생명과 농협생명에 이어 신한생명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2016년 이후 2년 만의 희망퇴직으로 직원 20여 명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에셋생명과 농협생명에서는 각각 118명, 23명이 회사를 떠났다.
수수료 인하 삭풍으로 경영이 악화된 카드업계도 희망퇴직 신청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최근 1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지난해 실시한 희망퇴직은 과장급 이상으로 대상을 한정했지만 올해는 1976년생 이상이면서 근속기간이 10년이 넘는 직원 중 모든 직급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2001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창업지원 신청 등을 포함해 임직원 200여 명이 회사를 등져야 했다.
신한카드는 카드 모집인을 2500여 명에서 24%가량 줄인 1900명 수준으로 운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비상 사업계획을 세웠다. 우리카드도 카드 모집인을 지난해 말 840여 명에서 600여 명으로 줄일 방침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으로 경영 위기에 봉착한 카드사들이 본격적으로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달부터 대형사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이 진행돼 400명에 가까운 인원이 짐을 쌌다.
미래에셋대우는 일반직 150명, 업무직 140명 등 290명에 대해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미래에셋그룹이 대우증권을 인수해 2016년 말 통합법인이 출범한 후 첫 희망퇴직 시행이다. 일반직 50명은 계약직인 주식 상담역이나 자산관리(WM) 전문직으로 전환된다. 일반직에 대해서는 24개월치 급여에 재취업 교육비 명목으로 5년간의 학자금 또는 위로금 3000만원을 주는 조건이다. 업무직의 경우 24개월치 급여와 재취업 교육비를 받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경기 침체로 경영환경 악화가 불가피한 점, 온라인·모바일 뱅킹 활성화 등을 감원 요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예고된 만큼 비용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압박에 따른 청년채용 확대도 희망퇴직 요인으로 꼽힌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험과 카드는 경기 부진과 함께 업황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보험설계사 등 특수고용직의 고용보험 가입이 의무화되는 등의 부담으로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