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외화 공세에 밀려 주춤하던 한국영화가 연초부터 코믹 장르로 활기를 되찾고 있다. ‘내안의 그놈’ ‘극한직업’ ‘어쩌다, 결혼’ ‘기묘한 가족’ 등 웃음을 터트릴 코믹영화가 잇달아 관객을 찾고 있다.
지난 9일 개봉한 ‘내안의 그놈’은 건달 출신 기업인인 40대 아저씨와 학교폭력 피해자인 10대 고교생의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보디체인지라는 소재의 식상함을 편안한 웃음으로 뛰어넘으며 개봉 첫날부터 줄곧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개봉 9일째인 17일 110만 관객을 돌파했다. 극 중 10대 고교생 동현 역을 맡은 진영은 그룹 B1A4 출신이다. 영화 첫 주연작에서 1인 2역을 맡아 보디체인지 후 10대가 된 40대 아저씨의 모습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했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극한직업’은 형사들이 마약범을 잡기 위해 위장 창업한 치킨집이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마약반 형사 역을 맡은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이동휘 공명의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가 일품이다. 잠복근무까지 불사하던 형사들이 어느새 치킨 장사에 더 몰두하게 되는 ‘주객전도’ 상황이 웃음 포인트다.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어쩌다, 결혼’은 각자 다른 목적으로 행복해지기 위해 두 남녀가 가짜 결혼을 하는 이야기다. 재산을 물려받기 위해 결혼해야 하는 항공사 오너 2세 성석 역은 김동욱이 맡았다. 가족의 결혼 압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나만의 인생을 찾으려는 전직 육상선수 해주 역은 고성희가 연기한다. 고성희는 최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내 또래 친구들이 겪고 있을 비슷한 상황들을 위트 있게 풀어나가는 점이 재미있다”고 소개했다.
2월14일 개봉하는 ‘기묘한 가족’은 실험실에서 나온 좀비가 한적한 시골 마을 주유소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좀비에 물리면 죽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회춘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재미있다. 정재영 엄지원 김남길 박인환 등 베테랑과 이수경 정가람 등 신예들이 코믹 앙상블을 이룬다.
이현경 영화평론가는 “코미디는 대작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가족 단위로 볼 만한 영화를 찾는 관객들에게 환영 받는다”며 “코미디물이 명절 연휴 스크린을 점령하는 공식이 최근 몇 년간 깨졌으나 이번 설에는 코미디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김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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